길마가지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괴불나무는 인동과 인동속에 속하는 나무로서 꽃 모양이 어린이들의 주머니에 매단 삼각형 비단 노리개 장식(괴불)을 닮아서 괴불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30여 종의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길마가지나무, 올괴불나무, 괴불나무를 살펴보고자 한다. 

길마가지나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강원도 북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산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 주로 분포하는 대표적인 우리 나무이기도 하다. 길마가지나무의 이름은 열매 모양이 소나 말 등에 얹는 길마를 닮아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과 덤불 모양의 나무가 길을 막아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 등이 있지만 정확한 나무 이름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만났을 이 나무가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마가지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길마가지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싹이 트는 이른 봄 3-4월에 아이보리색의 꽃을 피운다. 제주도에서는 2월에도 꽃을 피워, 우리 나무 중 대표적인 봄의 전령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이 피는 특징은 길마가지의 영어 이름(Early-blooming ivory honeysuckle)에서도 잘 드러난다. 길마가지나무의 키는 1-2m 정도이며 꽃은 1cm 정도로 작아 소박한 아름다움이 일품이지만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숲을 찾는 5월이 되면 열매도 떨구고 잎만 덩그러니 남아 탐방객을 맞이한다.

괴불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에 비해 같은 인동과 괴불나무는 5m까지 꽤 크게 자라 눈에 잘 띄고, 5월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에 2cm 정도의 작은 꽃이 수백 송이 피는 우리에게 친숙한 아름다운 나무로서 관상용으로도 공원에 심기도 한다. 특히 아마도 이런 특징 때문에 길마가지나무는 상대적으로 그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길마가지나무의 매력은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가 아닐까 싶다. 강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길마가지나무의 꽃은 정말 향긋하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그네가  머뭇거렸다 하여 머뭇거릴 척(躑), 머뭇거릴 촉(躅)을 이름으로 빌려왔다는 철쭉처럼 길마가지나무의 향기도 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들 만큼 매력적이다.

길마가지나무를 실제로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길마가지나무의 꽃은 다른 인동과 식물처럼 종 모양의 형태인데, 야구글러브처럼 4장은 붙어있고 한 장은 떨어진 5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꽃은 2-4월 2개가 한쌍을 이루어 피는데, 꽃받침처럼 보이는 선형의 포(잎이 모양을 바꾼 기관)가 있다. 열매는 3-4월에 열리며, 타원형의 새빨갛고 매끈하며 말랑말랑한 모양으로 2개씩 달리는데 열매 한 쌍의 가운데 밑부분이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괴불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길마가지나무와 함께 이른 봄 산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는 ‘올괴불나무’가 있다. 올괴불나무도 인동과 괴불나무속에 속하며 나무의 크기와 꽃의 크기도 모두 길마가지나무와 비슷하게 작고 아담하다.

다만 올괴불나무는 아이보리빛의 꽃잎과 노란색 꽃밥을 가지는 길마가지나무와 다르게 분홍색의 꽃이 피고 진한 자주색 꽃밥을 가지는 것이 다르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가운데 밑부분이 붙은 길마가지나무와 다르게 원형의 2개의 열매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 다르다. 또한 줄기와 잎에 억센 털이 있는 길마가지나무와는 다르게 올괴불나무는 부드러운 솜털이 잎과 줄기에 조밀조밀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박하고 은은한 매력이 있는 길마가지나무와 올괴불나무, 그리고 보다 친숙하고 화려한 괴불나무를 숲을 걷다 마주친다면 우리 나무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눈부신 어느 봄 서울의 홍릉숲을 방문하게 된다면 산림보전연구부동 조경수원 길목을 지키고 있는 길마가지나무의 향긋한 꽃내음을 느껴보기를 적극 추천해 본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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