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원(院) 구성 협상도 마치지 못한 19대 국회가 '색깔론' 공방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4·11총선 비례대표 후보경선 부정에서 촉발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종북(從北) 논란에 이은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 파문, 그리고 같은 당 이해찬 의원의 북한인권법 '외교적 결례' 발언 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시소게임'을 하듯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7일 오전 황우여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이·김 통합진보당 의원과 이·임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당 지도부의 '파상공세'가 벌어졌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임 의원이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했다는데, 그러면 탈북은 나쁘고 북한의 공산당 체제가 더 좋다고 판단하는 건지 궁금하다"며 특히 "탈북자를 향해 '근본이 없다'고 한 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에 대한 '안하무인'식의 인격모독이다. 임 의원은 근본과 개념이 있어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 임 의원이 북한의 대남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윗(전달)한 사실과 관련해선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변하겠다는 건지 황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 최고위원은 또 "북한 체제를 거부하자는 건 전쟁하자는 것"이라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최근 발언과 "북한 문제에 있어선 송두율 선생의 내재적 접근론에 공감하는 편"이라는 같은 당 이석기 의원의 발언 등을 거론, "이런 언어의 유희로 국민의 관심을 호도하는 작태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면서 "종북 논란은 색깔론도, 매카시즘도 아니다. 명백한 실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최고위원 또한 민주당 임 의원 발언 논란에 대해 "하루 해프닝으로 여길 게 아니라 전향 여부와 국가관을 밝히고, 민주당도 어떤 과정을 거쳐 임 의원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정했는지 같이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인권법 관련 발언 비판을 '메카시즘'으로 규정한 이해찬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도 "구태의연한 역(逆)색깔론"이라며 "색깔론 뒤에 숨는 건 종북주의자들이 자기 정체를 숨기기 위해 전가의 보도로 써온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이한구 원내대표도 "종북주의자나 심지어 간첩 출신까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마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같은 당 임 의원의 '우리민족끼리' 리트윗 건에 대해선 "당으로서 상황을 파악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게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또 "해방 이후 모든 정권이 '색깔론'으로 국민을 지배하려고 했지만, 우리 국민은 한 번도 동의하지 않고 맞서 싸워 무찔렀다. 선배들이 그렇게 했듯 우리도 함께 뭉쳐서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북한인권법 논란에 대해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반대하는 정당이나 국민은 대한민국에 없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종북장사', '인권 장사'를 하는 데 여념이 없다"며 "우리 국민의 인권은 깔아뭉개면서 어떻게 북한 주민의 인권을 논하는지 가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처럼 색깔론 공방이 가열되는데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감지되고 있다. "색깔론 공방 등 정쟁에 빠져있는 가운데,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파고가 높아져 우리 경제를 덮칠 경우 정치권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이 이날 기획재정부 관계자들과 비공식 당정 간담회를 통해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논쟁은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로부터 선명성 경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러나 경제위기 등 다른 외부적 요인 때문에 여론이 이를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정치권 전반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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