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방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한 보복공격을 지시했다가 바로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고위 안보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이란의 레이더 및 미사일 저장소 등에 대한 제한적 타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초기 단계에는 작전이 진행 중이었으며 전투기 및 군함이 배치됐으나, 곧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실제 미사일 발사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해 “의도적이라고 믿기 어렵다. 얼빠진 멍청이가 그렇게 한 것 아닐까 싶다”며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NYT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발언과는 달리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뜻이 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명령 직후 이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조언자들은 군사적 대응 여부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뉘어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군사적 대응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논의에서도 이들 강경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NYT는 이어 “반면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러한 대응이 해당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위험을 급속도로 증가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전 의회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신중론이 트럼프 정부 내 강경파와 대립하며 확전을 막은 셈이다.

실제 미 하원 지도자들은 이날 상황실에서 브리핑을 받은 뒤 군사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황실을 나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장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확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공격명령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군의 해외 주둔에 대해 “돈 낭비”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CBS 인터뷰에서도 “끝없는 전쟁에서 물러나 우리 국민들을 집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란과의 갈등이 전쟁으로 발전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란과의 전쟁에서 국제사회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명령을 철회한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된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에 돌입한다면 기껏해야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등 4개국으로부터 군사·외교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와 호전적인 민족주의, 이유 없는 핵 합의 탈퇴, 명백하게 이란과의 군사적 대립을 겨냥한 조치들로 인해 발을 뺀 상태”라고 설명했다.

NPR은 이어 “국제적 지지 없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미국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며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에게 명분을 넘겨주면 미국의 주도권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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