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가 있다는 유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빈 살만 왕세자의 향후 방한 일정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 보고관은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고위 관료들이 사적으로 개입한 것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대기 중인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의 시신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카슈끄지 살해사건에는 약 15명의 인원이 가담했으며 외교면책 특권이 부여된 전세기 한 대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유엔이 자문을 구한 전문가 모두는 이 정도 규모의 작전이 사우디 왕세자가 모른 채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우디는 유엔 보고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이날 “해당 보고서는 신뢰성을 훼손하는 모순과 근거없는 의혹을 담았다”며 “유엔 보고관은 구속력없는 자신의 보고서에 이미 나온 언론 보도를 재탕했을 뿐 새로울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이 처음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왕세자의 향후 대외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를 이끄는 실권자로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26일~27일 청와대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한 뒤,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하지만 방한이 예정된 26일 해당 보고서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정식 보고될 예정이어서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방한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9일 “유엔 사무총장은 권한이 있는 정부간 기구의 지시가 없이는 조사를 시작할 권한이 없다”며 “회원국의 협조를 요하는 유효한 수사를 실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뿐”이라고 밝혔다. 유엔이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곧바로 실시하기는 어렵다는 것.

만약 유엔이 추가조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빈 살만 왕세자의 대외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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