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항의 속 검찰 가는 고유정. <사진=뉴시스>

“고유정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고유정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은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잔혹한 범행 수법에도 경찰이 고유정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단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정신감정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다. 경찰의 초동 수사가 너무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코리아>는 권일용 교수(전 경찰청 프로파일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기된 의문을 하나씩 살펴봤다. 아래는 권일용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011년 제7회 대한민국 과학수사 대상 시상식에서의 권일용 교수. <사진=뉴시스>

  - 고유정이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경찰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이를 어떻게 보나.
  ▲ 사이코패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통제하는 것과 그들을 조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과 감정을 교류하는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고씨의 경우 살인과 시신 훼손이 잔혹한 행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일종의 성격적 문제가 큰 영향을 주었을 여지는 다분하다.

  - 경찰은 고유정을 정신감정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옳은 판단인가?
  ▲ 정신감정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신상실이나 심심미약 등 양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 사건의 경우 범행 전의 준비 과정, 실행, 증거 인멸을 위한 시신 훼손과 유기 등 범행 전반에 걸쳐 충분히 자신의 의식 아래 행동하였다. 그러므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꼭 감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서울 강서구 피시방 김성수 사건 당시에는 경찰이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고유정 사건은 그 반대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 김성수의 경우, 가족들이 우울증과 관련된 치료 경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감정을 통해 그러한 병력이나 증상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심신이 미약한 상황에서 판단 능력이 저하되어 공격한 것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씨의 경우 범행 전반에 걸쳐 철저한 계획이 수립돼 있었고 증거인멸 노력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씨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족이나 변호인의 요구가 있다면 정신감정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 김성수는 최후 변론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에서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잘못을 반성하는 말을 했다. 그러나 고유정은 지금까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 추측하건데, 고씨의 경우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이 오직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억울하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살인범들이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적 방어기제인 투사(projection)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 김성수는 이송 당시 매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고유정은 태연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평온한 표정이다. 이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잠깐 보여진 영상으로 태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 고유정은 “나를 성폭행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 중이고 경찰은 “계획적 살인이다”라고 주장 중이다. 두 주장이 맞서고 있는 중인데 고씨가 살인죄로 기소될 것으로 보는가.
  ▲ 살인죄 기소에는 다툼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말은 범행 계획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즉, 살인을 저지르고 증거인멸을 위해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은닉하고 나면 실종신고가 될 것을 예측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성폭행범으로 만들어서 스스로 도주한 것처럼 명분을 만들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 시신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 유지가 될 것으로 보나.
  ▲ 이 사건의 경우 시신이 확보되지 않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시신이 일부 확인되고 기타 범죄가 발생했다는 확실한 증거, 그리고 자백이 있으므로 공소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처한 경찰 수사를 총평해 달라.
  ▲ 초동 조치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수없이 많은 현장에 가 본 입장으로서 현장의 상황마다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초기 수사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신고 사항을 보다 신속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이형학 사건 등 여러 강력사건에서 경험했듯이 실종신고가 될 경우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하게 돼 극단의 결과가 생기는 일이 많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대응 능력 향상도 필요하겠지만 신속히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영장의 발급이 필요하다. 또 위치 파악을 위한 권한이 부여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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