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19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게임 박람회 ‘E3 2019’가 13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세계 3대 게임 박람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행사였던 만큼,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반다이 남코,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기대작들을 대거 발표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E3 2019는 미국과 유럽, 일본 게임사들의 잔치였다. E3 2019는 ‘콘솔 게임’ 위주의 박람회였기 때문에, ‘PC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국내 게임사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이에 국내 게임사는 한 곳도 E3 2019에 출품하지 않았고, 자사 게임을 타사를 통해 선보이거나 행사 기간 별도의 장소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물론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세계적인 박람회에 출품해오진 않았지만, 매출만큼은 어지간한 글로벌 게임사들을 압도한다. 2018년 세계 시장 기준, 매출 상위 20위 안에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이름을 올렸다. 3사 매출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에서 나오는 점에 미뤄보면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게임사들이 한국과 중국 시장에 고립된 상태가 유지된다면, 향후 매출 신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영업에 필요한 ‘판호’ 발급이 2년여간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한국과 중국 시장에 비해 거대한 세계 시장을 뒤로하면 수익 증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특기인 ‘PC 및 모바일 MMORPG’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선 국내 수익 1위 <리니지M>이나 중국 수익 1위 <던전앤파이터> 등 인기 게임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서양은 MMORPG 불모지에 가까워 현실성이 없다. 현재로서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나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등장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국산 게임이 PC 및 모바일 MMORPG에 집중되는 경향이 계속되면,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PC방 게임 순위 1위는 10년 가까이 미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40%에 가까운 점유율로 타 게임들을 압도하고 있다. 모바일과 콘솔에서도 <랑그릿사>, <젤다의 전설> 등 중국과 일본발 게임들의 공세가 매섭다.

특히 PS4,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의 국내 시장은 최근 4년 새 성장률이 175%에 달하는 등 기존 게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다년간 소니가 한글화 타이틀 대거 발매, PS4 본체 가격 인하 이벤트 등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구글 스타디아

콘솔 게임을 토대로 하는 구글의 ‘스타디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출시될 예정인 것도 국내 게임사들에는 악재다. 클라우드 게임은 앞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촉망되지만, 여기에 수록되는 국산 게임은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콘솔 게임으로 활로를 개척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엔씨소프트가 콘솔용 MMORPG를 서너 개 준비 중이고, 펄어비스가 기존 PC MMORPG <검은사막>을 콘솔용으로 포팅했지만, MMORPG는 콘솔 시장에서도 비주류이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의 콘솔 진출은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시장에 안착하려면 액션 어드벤처나 솔로플레이 RPG 등 주류 장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스마일게이트가 <로건>과 <포커스온유> 등 VR게임, 크래프톤이 <미스트오버>와 같은 로그라이크 게임 제작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는 의견이다.

콘솔 시장에서 한국은 도전자 입장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PC 및 모바일게임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력을 보여, 향후 ‘E3’, ‘도쿄게임쇼’, ‘게임스컴’ 등 세계 3대 게임쇼에서 국산 콘솔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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