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라이프 밸런스 대표가 본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일본 기업 ㈜워크-라이프 밸런스. <사진=㈜워크-라이프 밸런스 홈페이지 메인 캡처>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산업 현장에선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근로제 개혁을 고민 중인 동아시아국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잔업 시간 상한 규제 및 연차 유급 휴가(연차)의 취득 의무화 등을 담은 근로 방식 개혁 관련 법안이 지난 4월 통과돼 시행 중이다. 바로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은 잘 정착돼 가고 있을까. <이코리아>는 일본 노사 문제 전문가인 ㈜워크-라이프 밸런스 코무로 요시에(こむろ・よしえ) 사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노동개혁 실상을 비교해 봤다.

코무로 요시에는 ㈜워크-라이프 밸런스 사장이다. 이 회사는 ‘복리 후생 차원을 넘어 ‘경영 전략’으로서의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일본 내에서는 이미 900개 이상의 기업이 코무로 요시에 사장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바 있다.

다음은 코무로 요시에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코무로 요시에 ‘㈜워크-라이프 밸런스’ 사장. <사진=㈜워크-라이프 밸런스 제공>

  -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일본에서는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한국과 똑같이 4월에 시행한 것으로 아는데 적응이 잘 되고 있나.
  ▲ 지금까지는 ‘흰 도화지’ 같은 상태였다.

  - 무슨 뜻인가.
  ▲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을 통해 근로자의 입장을 전보다 더 이해하게 됐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다만 한국이든 일본이든 ‘법안 도입과 실행’이라는 의무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다. 전날의 종업 시간과 다음 날의 시업 시간 사이에 일정 시간의 휴식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있어야 한다. 이는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다.

  - 일본에서도 노동개혁을 두고 진통을 겪는 것 같다. 노동개혁을 가로막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일본은 경제 성장기에 ‘노동시간과 일의 성과는 비례한다’는 가치관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일본 사회는 그 가치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치관이 일본의 노동 개혁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가치관은 인구 보너스기(총 인구 중에서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기간, 일본의 경우 이 기간에 고도성장을 했다)에는 필요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지금은 인구 오너스기(일할수 있는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늘어나는 시기)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예전과 달라져야 한다.

  - 기업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인가.
  ▲ 이것은 내가 ‘마이니치 신문(毎日新聞)’에서도 말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 스스로 노동 시장을 고칠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잔업 수당과 비슷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근무 시간은 줄이되 능률에 따라 수당은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 노동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평가한다면.
  ▲ ‘국민 개개인에게 저녁을 누릴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로 알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보도된 적 있다. “한국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때 수반하는 과제는 무엇인가?”에 관한 보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법 개정이라는 것은 ‘룰의 변경’과 동의어다.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중요한 점은 룰 변경을 계기로 사회적 가치관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 코무로 요시에 사장은 워라밸을 지향하는 회사의 CEO다. 일본 직장인들은 워라밸이 충족된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 여가 시간이 있다는 것은 몸을 잘 돌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직장인들은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해 보다 나은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 한국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여가 시간은 늘었지만 소득이 줄어 불만인 직장인들도 있다. 일본은 어떤가. 
  ▲ 지금까지 일본은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일했다. 그러다보니 잔업 수당을 수입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생겼다. ‘노동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 ‘잔업이 줄었다’는 것으로 연결됐고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소리가 생겼다.
  근로자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잔업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성과를 내는 '일의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단기적인 수입 감소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능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 한국의 경우 노동 시간에 대해 기업과 노동자단체 사이 이견이 있다. 일본 기업인과 노동자단체도 견해차가 있나.
  ▲ “노동 시간이 줄면 회사의 성장이 멈춰 버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노동 시간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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