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종의 고전산책] 명심보감 계선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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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종의 고전산책] 명심보감 계선편②
  • 한강종 JK비전경영연구소 대표
  • 승인 2019.06.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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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말의 정세는 정말 혼란스러운 때였다. 어린 황제가 왕위에 오르고, 자연히 수렴청정을 하게 되고, 외척세력의 힘이 막강해진다. 그러다가 황제가 나이를 먹고 자라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꼭두각시가 아닌 자신의 뜻대로 정사를 펼치려고 외척을 처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결과 환관들의 세력이 커진다. 이렇게 환관들의 세력이 커진 상황에서 영제가 황제에 오르고 환관의 수장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더더욱 환관들의 세력이 막강하게 된다. 환관들의 친척이 높은 자리에 오르고, 벼슬마다 돈이 붙고 정치가 막장이 되고, 결론적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이 때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해서 세 나라가 봉기해서 일어나는데, 그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지이다. 조조가 있는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 이렇게 세 나라로 나뉘게 된다. 

오늘 내용은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이야기이다. 
漢 昭烈 將終(한 소열 장종)에 勅 後主曰(칙 후주왈), 勿以善小而不爲(물이선소이불위)하고 勿以惡小而爲之(물이악소이위지)하라.

한나라의 소열왕, 즉 유비가 죽을 때에 후주에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善(선)이 작다고 하여 하지 아니치 말 것이고, 惡(악)이 작다고 해서 그대로 행하지 말라”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큰 것은 크다고 여기기 때문에 주의하지만, 작은 것은 작다고 여기기 때문에 방심하기 쉽다. 그러나 작은 것이 언제나 작을 수만은 없다. 큰 것도 따지고 보면 작은 것이 커졌기 때문에 매사에 착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昭烈(소열)은 후에 신하들이 내린 시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태.정.태.세.문.단.세 하며 외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태조, 세종, 세조, 이것은 왕이 죽은 후에 붙인 시호이다. 

보통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조(祖)를 붙이고,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종(宗)을 붙였다고 한다. 나라를 건국한 이성계는 그 큰 공이 있어 太祖(태조)가 되고, 무난하게 왕위를 물려받은 사람은 종을 썼던 것이다. 그래서 조카까지 죽여서 왕에 오른 世祖(세조)는 덕을 의미하는 종이 붙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나라에 큰 해를 끼친 왕은 시호를 받을 수가 없어 연산군, 광해군이라는 왕자의 이름으로 남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소열왕, 즉, 촉나라의 유비는 자신이 후한, 그러니까 한나라의 전통을 이었다고 하여 촉한이라고 나라 이름을 정한다. 

將終(장종), 장차 마칠 때라는 의미이다. 죽을 死(사)를 쓰지 않고 마칠 終(종)을 쓴 것은, 유학에서는 인간이라면 하늘이 나에게 준 선한 마음을 받아서 계속 선한 일을 하려고 애쓰다가 하늘이 부르면 마치고 가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죽을 때 마칠 終(종)을 쓴다.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는 終(종)했다고 하지 않는다.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실 때 善終(선종)하셨다라고 했다. 善生福終(선생복종), 선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쳤다 라는 의미이다. 이것을 천주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는데, 주역에서 나온 말이다.  

유비가 임종할 즈음에 後主(후주), 여기서는 후계자이다. 여기에서 후주는 유비의 아들 유선이다. 유선은 아명이 아두인데, 아둔하다 라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선은 참 어리석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어리석은 아들에게 임종을 앞둔 유비가 어떤 말을 남기고 싶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자. 

후주에게 경계하여 말하기를“善(선)이 작다고 하여 하지 아니치 말 것이고, 惡(악)이 작다고 해서 그대로 행하지 말라”하였다.

참 중요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많은 행동들을 한다. 따지고 보면 다 사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소한 행동들이 모두 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자기 인생을 닦는 길이다. 

버스기사님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도 선한 일이고, 어른들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것도 선한 일이고,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는 것도 선한 일이고, 수도나 전기를 아끼는 것도 선한 일이고, 교통법규나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도 선한 일이다.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나 하나쯤이야..., 이게 쌓이고 쌓이면 큰 악이 된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휴지가 떨어져 있어도, 에이~ 누가 하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선한 일이 작은 일이라도 하라는 뜻이다.    

이 때 유선의 나이가 17살이었다. 나름 알만큼 알 나이이다. 더군다나 아버지와 전쟁터도 누비고, 또 곁에 있던 제갈공명이 얼마나 가르쳤을까. 그런데도 여전히 앞뒤 분간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이런 아들을 두고 눈을 감아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생각하며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문장을 명심보감의 두 번째에 둔 이유는 나이가 적건 많건 사람들이 내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발현하지 못 하고, 잘못을 잘못인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 라는 것이다. 이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다. 나 하나쯤 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경우도 참 많다. 

그러나 사람이 나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요즘은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화 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큰일을 하고 성공하려면 혼자서는 될 수 없는 세상이다. 

삼국지에도 아주 용맹스럽고 거의 전설적인 장수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혼자 싸워서 이겼다는 내용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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