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게임 내 사행성 행위에 대해 규탄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인 사감위는 국내 사행산업을 감시하는 기관이다.

사감위는 사행성 행위에 대한 위험과 경각심을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제작한 ‘2019 청소년 불법도박예방 동영상’을 3일 공개했다. 이 홍보물에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온라인 도박에 빠져 변해가는 내용이 담겨있다.

홍보물 초반부에는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넥슨의 RPG <바람의나라>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가 등장해 이목을 끈다. 사감위는 이를 통해 온라인게임 내에서 도박 알선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2019 청소년 불법도박예방 영상에 '바람의나라'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 영상 원본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실제로 일부 <바람의나라> 유저들은 게임 내 공간인 ‘부여성 장인의 집’을 불법 도박장인 ‘하우스’처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네임드사다리’, ‘네임드달팽이’, ‘그래프’, ‘불법토토’ 등을 10년 넘게 알선해왔다.

실제 바람의나라 내에서 도박 알선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바람의나라>에서 도박이 이뤄지는 과정은 현실의 카지노와 비슷하다. 딜러들은 유저들에게 도박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유저들은 딜러를 통해 게임머니를 베팅한다. 이후 도박으로 게임머니를 불린 유저들은 게임아이템 거래사이트인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 등에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한다. 게임머니는 ‘칩’, 게임아이템 거래사이트는 ‘케이지(환전소)’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실상이다.

넥슨은 수사기관과 협조해 딜러들을 추적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960여개의 캐릭터를 제재했고, 이 가운데 총 4명이 입건됐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검거된 용의자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됐다.

넥슨의 제재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한 딜러들은 지금도 버젓이 장인의 집에서 불법도박을 알선하는 등,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대부분 처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넥슨 관계자는 “게임 내 콘텐츠를 악용해 사행을 조장하거나 참여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적발시 운영 정책에 따라 제재하고, 적극적으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내 사행성 행위는 게임사들의 숙환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RPG <리니지>의 불법 사설서버를 열어 도박을 벌이는 일당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불법도박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 특정 게임 내 사행성 행위가 계속된다면 다른 게임들로까지 번질 수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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