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엔씨 '보여주기식 이벤트' 실효성 떨어져

게임 유저, 업계, 정부 등 각계각층에서 게임중독이 질병인지 여부를 가리는 논쟁이 뜨겁다. 이들은 서로 날을 세우면서도 ‘과도한 게임 이용이 건강, 인간관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게임업계는 유저들이 건전한 게임습관을 기르는 것을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코리아>는 국내 3대 게임사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에 질의서를 보내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 예방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사진 = 넥슨 스쿨존 홈페이지 캡처

먼저 넥슨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게임습관을 위해 홈페이지 내 ‘넥슨 스쿨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넥슨 스쿨존에서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① 게임별 이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용등급 안내’

② 만 18세 미만 본인이나 학부모가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자녀사랑 시간지키미’

③ 만 18세 미만 자녀의 이용시간, 결제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게임이용내역조회’

④ 게임 과몰입에 대한 간단한 자가진단 테스트 및 결과를 제공하는 ‘게임 과몰입 예방’

넥슨은 이밖에도 <던전앤파이터>, <드래곤네스트>, <마비노기 영웅전> 등 일부 온라인게임에 ‘피로도 시스템’을 적용했다. 해당 게임들에는 매일 유저들에게 콘텐츠 이용에 필요한 ‘피로도’가 주어지며, 유저들은 피로도를 모두 소모하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다.

넷마블문화재단 게임소통교육 현장 / 사진 = 넷마블 제공

다음은 넷마블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개방성을 활용해, 가족 간의 소통을 지원하는 ‘게임소통교육’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넷마블문화재단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초등학생 3~6학년 및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게임 특성 알아보기, ▲게임 사용 규칙 만들기, ▲부모-자녀간 견해차 좁히기 교육 등을 실시한다.

다만 게임소통교육은 참여 가능한 인원이 40명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넷마블 게임 유저 수에 비해 모집 인원이 턱없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더 많은 학부모 및 교사가 게임문화의 가치와 진로, 건강한 소통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부모공감 오픈클래스’ 및 ‘가족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 교육의 깊이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후원하고 게임협회가 진행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광고 캡처

마지막으로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통해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게임인식개선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게임인식개선 캠페인은 게임에 유해성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행사다. 게임협회는 앞으로 게임인식개선 캠페인 규모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또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실시하는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를 가장 높은 강도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행성 상품인 ‘확률형아이템’은 국회에서도 매년 다뤄질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정부는 “사행성이 도박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을 부른다”며 2009년과 2015년 온라인게임과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 결제한도를 50만원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게임 내 사행성 콘텐츠는 게임이용가 등급을 매기는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최소 0.00001%에 불과한 확률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유저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사행성 게임인 로또복권 1등 확률(0.000012%), 포커 최고 핸드인 로열/백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쥘 확률(0.000153%)보다 낮다.

이에 대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8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게임 내 사행성을 유도하고 있지 않다. 확률형아이템은 사용자들에게 가장 공정하게 아이템을 나눠주기 위한 장치”라고 해명했다.

3사의 자정 노력은 명성에 비해 아쉽게 느껴진다. 3사가 국내 게임산업의 주역인 만큼, WHO의 게임중독 질병 지정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도 게임단체보다 게임사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0여개 게임단체들이 모인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정현 위원장(중앙대 교수)은 “대형 게임사가 전면에 나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선언을 해야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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