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을 문재인 정부 비판 소재로 활용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을 소재로 사용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당대표 주재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한국영화 100년의 선물을 봉준호 감독이 가져다줬다.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어진 발언이었다. 나 대표는 “이번 칸 영화제 소식 중 흥미로운 것이 있다. 프랑스 배우 알랭 드롱이 7차례 실패 끝에 명예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라며 “알랭 드롱의 데뷔작 ‘태양은 가득히’에서 맡았던 역할이 ‘톰 리플리’인데, 여기서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 거짓말이 아닌 진실로 믿게 된다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비롯됐다”라고 발언을 계속했다.

나 대표는 이어 “그것을 보며 떠오른 것이 문재인 정부”라며 “문재인 정부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거짓말이 계속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리플리 증후군이 떠오른다”고 화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렸다. 덕담에서 시작된 발언이 ‘봉준호→알랭 드롱→리플리→문재인’이라는 단계를 거치며 황당한 결론으로 마무리한 것.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경원 대표가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엉뚱하게 ‘리플리 증후군’ 용어를 썼다”며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을 일삼는 반사회적인’ 자한당 행태에 아주 적합한 단어를 골라준 나 대표에게 감사드린다. ‘삼인행필유아사’라 했다. 나 대표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이종걸 의원 트위터 갈무리>

KBS 시사프로그램 ‘최강시사’를 진행하는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 또한 나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무려 7단계를 거쳐서 결국 문재인 정부를 엮어서 비판한 건데, 멘트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 고민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무리”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사실 7단계면 세상 누구도 엮어서 비판할 수 있다”며 “이런 수준의 이해불가한 무리수 멘트를 준비한 보좌관은 제가 볼 때 문책감”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정부를 비판하는데 굳이 봉준호 감독을 억지로 엮을 필요가 있나”라며 “한국영화계의 경사에 축하를 하고 싶은 건지 재를 뿌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박근혜 정권 당시 봉준호 감독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관리했던 사실은 벌써 잊었나”라고 비꼬았다.

실제 봉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박찬욱 등 국내영화계의 대표적 감독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체육부 등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누리꾼들은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봉 감독의 수상 소식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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