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당사자 최순실.<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의 '옥상옥' 최순실씨가 청와대 회의 등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시사저널은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23일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6월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칭화대(淸華大) 연설 말미에  중국어로 말할 것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최씨가 “맨 마지막에 중국어로 하나 해야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자 정 전 비서관은 “맨 마지막에요? 제갈량 있잖습니까. 제갈량 그 구절을 그냥 중국어로 말씀하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쭉 가다가 갑자기 맨 마지막에 중국말로 하면 좀”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말했다.

그러자 최씨는 “아니,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적교류,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길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 그러고 감사한다, 이렇게 해서”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 지시는 그대로 이루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29일 칭화대에서 연설의 처음과 끝을 중국어로 했다. 마무리 발언도 최순실씨가 지시한 그대로였다. 

최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와 국회 법률개정·예산안까지 관여했다. 최씨는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각 분야에서 체크하고 이런 걸 소상히 문제점들을 올려 주셔 가지고 적극 대비하고 (중략) 여러분이 그동안 한 해를 넘기면서 노고가 많았다”라며 박 전 대통령 발언을 조언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과 예산안 반영에도 관여했다. 최씨는 “이 예산이 지금 작년 예산으로 돼서 특히 새로운 투자법(외촉법)이나 국민 그거를 못하게 되는데, 이걸 본인들 요구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이렇게 하는 건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 무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책임져야 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좀 하세요”라고 지시했다.

최씨가 대통령의 일정을 바꾸라고 명령조로 말하자, 정 전 비서관은 난감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거절하지 못했다. 최씨가 “한번 얘기해 보라고”라고 말하니 정 전 비서관이 “아…지금 안 가셔도 됩니다. 안 가셔도 되는데…,지금 경제수석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계속 꼭 좀 가셨으면 하는 요청들을…”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일정까지 바꾸라고 지시할 정도면 최씨의 위상이 사실상 대통령을 능가했음을 반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연설문 하나까지 최순실의 주문대로 따랐는지 유추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씨의 역할에 대해 "취임 초기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도움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 녹음파일로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거짓임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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