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3일 공개한 딜로이트안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내용 일부. 제일모직 바이오사업부의 영업가치를 약 3조원으로 평가했다. <자료=심상정 의원실>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실체없는 ‘제일모직 바이오사업부문’의 영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해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2015년 5월 딜로이트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가 작성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두 회계법인은 제일모직 가치를 약 21.3조원으로 평가하면서, ‘제일모직 바이오사업부(신수종사업)’의 영업가치를 2.9~3조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웰스토리(2.5조원), 건설(1.5조원) 패션(1.3조원) 등 당시 제일모직 주력 사업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는 해당 사업의 정체가 모호하다는 것. 제일모직 바이오사업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별개의 사업으로 보고서 상에는 별도의 설명이 없다. “에버랜드가 보유한 동식물을 이용해 바이오 소재와 헬스케어에 활용한다”는 구상 외에 실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 사업에 대해 회계법인들은 2016년 839억원에서 2024년 4조원으로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 평가했다.

이를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 가치를 고의로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콜옵션 부채 1.8조원까지 고려하면, 합병 당시 제일모직 가치는 약 4.8조원 부풀려진 셈이 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인 안진과 삼정이 객관적 평가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기는커녕, 이재용 부회장과 사실상 한 몸이 되어 이미 2014년말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콜옵션 부채 평가를 누락시켰음은 물론, 실체도 없는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부를 터무니없는 규모로 평가하는 등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에만 급급한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공개하는 자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에 더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을 입증하는 명백한 근거”라며 “이 자료는 이번 일련의 합병 및 회계사기가 삼성 계열사 한두 곳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나서고 미전실이 앞장서서 추진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이와 같은 회계조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또한 그룹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검찰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명백한 증거를 바탕으로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하며,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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