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열린 '타다 퇴출 요구 집회'에서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모빌리티 업계가 택시업계와의 갈등 중재를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택시기사 안모씨가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씨의 택시에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는 안씨가 네 번째다.

지난 3월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대타협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신구 산업간의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서비스를 향했던 택시업계의 분노는 이번에는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를 향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기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상생의 길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타다’를 운영 중인 VCNC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타다가 없어지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거냐”라며 “정부마저 ‘이기는 쪽 우리 편’이라는 자세로 손을 놓고 근본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우리 연 매출은 택시업계가 한 해 카드 수수료로 정부한테 환급받는 액수와 비슷하다. 수입 감소가 있다 해도 하루 몇천 원 수준”이라며 “타다가 그분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볼 수 있을까.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두려움을 과장하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택시업계의 규모는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택시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타다를 중단시키면 또 다른 타다가 나오고 그걸 또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도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택시업계 지원을 위한 정부 재원 중 일부를 택시 감차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기사 분신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위 내용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대표의 글 일부. <사진=이재웅 쏘카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국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또한 20일 ‘상생을 말하던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코스포는 “국내 스타트업은 이미 많은 것을 양보했고,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택시와의 결합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내 모빌리티 혁신이 택시 업계를 몰아낸다는 근거 없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포는 이어 “택시업계 일각의 현실왜곡과 과격한 정치쟁점화가 모빌리티 혁신 논의를 뒤덮어 버리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요청합니다. 지난 3월 합의된 ‘사회적대타협’ 이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택시업계 노사 4대 단체,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는 지난 3월 법인택시 월급제 및 플랫폼 택시 도입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시간을 제한한 합의안은 모빌리티 업계로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차량공유서비스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합의안에 대해 “원래 허용되던 것을 제한해 놓고 극적 타협에 성공했다고 선전이 장난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택시업계도 합의안에 불평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택시법인들은 택시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월급제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택시회사 사업자 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합의안 발표 불과 2주 뒤인 지난 3월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택시월급제 관련 법안 처리를 재고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헀다. 개인택시기사들도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 감차 방안이 합의안에 포함됐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심야시간 택시공급 부족이나 택시서비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신・구산업 양측 모두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합의안이 '미봉책'으로 남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달라는 모빌리티 업계의 요청에, 정부가 어떻게 대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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