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이와 관련, "제일모직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떼어져 나간 패션사업을 그대로 담당하면서도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을 유지함으로써 그룹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한층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1973년생인 이서현 사장은 서울 예술고등학교와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팀 부장,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 2009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전무, 2010년 제일기획 기획담당 전무, 2010년 12월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 신임 사장은 그동안 제일모직에서 패션사업을 주도하며 미래 사업발굴과 브랜드 중장기 전략기획 등의 업무를 총괄해왔다.

주력 브랜드인 '빈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웠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삼성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제일기획 전무까지 겸임하며 그룹 내에서 보폭을 넓혀왔다. 부사장 임기인 3년을 맞는 올해 일찌감치 사장 승진 대상으로 물망에 올랐다.

삼성그룹은 "이서현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패스트 패션과 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이 사장은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2의 도약을 견인하는 한편,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그룹의 3남매간 경영협업체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0%를 보유,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으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에버랜드 울타리 안에 경영전략을 담당해온 이부진 사장에 이어 패션부문 경영기획을 담당하는 이서현 사장을 합류, 자연스럽게 이재용 부회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했다.

결과적으로 향후 후계구도의 최정점은 장남 이재용 부회장임을 분명히 하면서, 두 딸인 이부진·이서현 사장에게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케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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