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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칠궁 - 5장 퇴마사 최후의 결전 ④
  • 금강 작가
  • 승인 2019.05.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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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열흘 후, 오성그룹 사옥 27층. 김용수 실장은 방금 온 문자를 확인하고 벌떡 일어났다. 회장실에 들어서자 숙종이 냉랭한 눈으로 쳐다봤다.

“회장님. 진돗개 1호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합니다. 여기 박준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김실장이 사진 한 장을 건넸다. 숙종이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사필귀정이군. 그 놈하고 똑같은 방법으로 하라고 했는데 지시대로 했나”

“예. 장소는 좀 다릅니다. 중국 해안까지 가서 버렸답니다.”

“발각될 염려는 없나.”

“예. 확실히 처리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답니다. 근데 진돗개가 특별 수당을 요구하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입막음 대가를 달라는 거겠지. 뒷탈나지 않게 두둑이 챙겨줘.”

“예 회장님. 보고드릴 건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이덕신 부회장과 이창신 사장이 해임무효소송을 냈습니다.”

“흥 끝까지 해보겠다는 거로군. 그럴 줄 알고 이사회 의결을 거쳤으니 문제 될 게 없어. 법무실 쪽과 협의해 처리하도록 하고 퇴근 후에 오성병원에 들릴 거니 미리 통보해둬.”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 좀…….”

김실장이 봉투에서 뭔가를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진돗개 1호 말로는 박준이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걸 손에 꽉 쥐고 있었답니다.”

숙종은 물체를 보다 말고 미간을 찌푸렸다.

“고약하게 생겼군. 내다 버려. 사진도 없애고. 알겠나.”

“예 회장님.”

 

그 시각 성북동. 명신은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준이 열흘 전부터 보이지 않자 명신은 청와대 경호실로 전화해 연일 행방을 찾았다. 하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실종 닷새째 되던 날 경호실에서 연락이 왔다.

“박준 가족과 상의해 정식으로 실종 신고를 접수시켰습니다. 경호실장님께서도 경찰청장에게 조속한 수사를 요청했으니 곧 전모가 밝혀질 것입니다.”

명신은 경호처장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는 그다. 항상 곁에 있으면서 그림자처럼 수행하던 그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박준의 실종 기간이 길어지자 명신은 영명에게 역정을 냈다. 영명에게 역정을 낸 건 성북동에 들어온 뒤 처음이었다.

“양밥인지 뭔지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런 일을 시켜. 준이 그것 때문에 실종된 것 아니냐.”

“양밥 때문은 아닙니다. 저도 그 때문인가 싶어 칠궁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해봤습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박준에게 미션을 준 뒤 소식이 없자 영명은 청와대를 통해 칠궁을 다녀왔다. 대빈궁 기둥에 양밥을 매단 흔적이 없었다. 그 뿐 아니었다. 그 사이 복구를 했는지 기둥이 원상태로 깨끗해져 있었다. 영명은 일이 크게 잘못돼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사라진 거야. 혹시 그 년이 앙갚음한 것 아닌가.”

명신이 흥분해 물었고 영명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장연아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박사님 말로는 아직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데 겨를이 있겠습니까. 제 생각엔 회장님 쪽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명신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자신도 남편의 짓이 아닌가 의심했다. 성정이 뱀처럼 차가운 남편이 그런 험한 꼴을 당했으니 원한을 품을 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와대 직원을 상대로 무모한 짓을 벌일까 반신반의했다.

명신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자 영명이 말했다.

“사모님. 박준을 단념하십시오.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근거라도 있어?”

“칠궁에 갔을 때 육상궁에 들렀습니다. 그때 숙빈마마 영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박준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죽었으면 시신이라도 찾아야지. 그래야 누구 짓인 줄 알 것 아닌가.”

“단념하십시오. 그 사람 시신은 아마 영원히 찾지 못할 겁니다.”

명신은 화가 치밀어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별채를 나온 명신은 호랑가시나무로 갔다. 손톱 끝으로 가시를 뽑아냈다. 그리곤 닥치는 대로 찔러댔다.

박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막 같은 생활에 유일하게 낙을 준 남자. 그가 늘 곁에 있었기에 그나마 숨통을 트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 그 낙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맞아. 이숙종 너밖에 없어. 나를 죽이고 싶은데 어쩌지 못하고 대신 준이를 죽인 거야. 불쌍한 준이. 내 사랑 준이.”

명신은 흐느끼다 말고 이를 갈았다.

 

숙종은 정확히 6시에 집무실을 나섰다. 오성병원에 도착하자 김태식 원장이 마중 나와 있었다. 숙종이 먼저 말을 건넸다.

“어때, 환자가 차도는 있소.”

“예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희 의료진들이 놀랄 정도로 회복이 빠릅니다.”

원장의 대답에 숙종은 만족했다. VIP실에 들어서자 연아가 숙종을 알아보고 몸을 일으켰다. 숙종이 얼른 다가가 연아를 부축해 눕혔다.

“아픈 사람이 그렇게 움직이면 쓰나. 몸 생각을 해야지.”

“괜찮아요. 저 때문에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해요.”

“뭔 소리. 따지고 보면 다 나 때문에 연아가 이 고생하는 거지. 내가 되려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아기를 지키지 못했어요. 회장님께서 얼마나 소중하게 여긴 아긴데 그 생각만 하면 죄책감이 들어요. 우리 아기 얼굴 보지도 못하고 아 정말 가슴이 아파서…….”

연아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숙종은 연아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숙종이 연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이제 아기 얘긴 그만해. 지금 나한텐 산 사람 목숨이 더 소중하니 마음을 편안히 먹고 속히 건강을 회복해.”

다음 순간 연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절 납치한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 잡혔나요.”

“걱정 마. 앞으로 두 번 다시 그 놈 볼 일은 없을 테니.”

“그래도 불안해요. 밤에 혼자 병실에 있으면 불쑥 들어올 것만 같아서.”

“염려말래도. 내가 특별 지시를 내렸어. 이 병실을 24시간 철저히 경비하라고.”

“고마워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날 믿어.”

숙종이 몸을 굽혀 연아를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숙종이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한 숙종은 수화기에 대고 버럭 화를 냈다.

“뭔 일이야 김실장.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한 말 잊었나.”

“죄송합니다 회장님. 청와대 전홥니다. 그래서.”

김실장이 말 끝을 흐렸다.

“청와대 누구.”

“대통령 비서실장입니다. 급히 통화할 일이 있으시다고 전화 달랍니다.”

숙종은 붙잡고 있던 연아의 손을 놓았다. 병실 밖으로 나온 숙종은 입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비서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실장은 용건부터 말했다.

“대통령님께서 찾으십니다.”

숙종은 감이 왔다. 숙종은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장인어른께서 무슨 일이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늦더라도 관저로 들어오랍니다.”

“내일 들어가면 안되겠습니까. 볼 일이 좀 있어서.”

“대통령님께서 저녁 이후 일정을 다 비워놓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속히 오시는게 좋겠습니다.”

숙종은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었다. 다만 호출 시간이 생각보다 빨랐다. 다시 병실로 들어온 숙종은 연아에게 입맞춤을 하고 돌아섰다.

 

40분 뒤 청와대 관저.

숙종은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접견실에 들어섰다.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숙종을 쳐다봤다. 문이 닫혔다. 대통령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제 명신이 왔다 갔네. 요즘 집안에 무슨 일이 있나.”

착 가라앉은 음성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숙종은 목이 움츠러들었다.

“예 좋은 편은 못됩니다.”

“우리 두 아들을 해임시켰더군. 해임시킬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렵나.”

“경영자로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해 이사회가 결정한 것입니다. 사내 소문이 안 좋기도 하고요.”

“자네 혹시 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무시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 부실이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조치한 겁니다.”

“복귀시키게.”

“예에?”

“뭘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나. 내 그동안 아들을 봐서 오성 뒤를 봐줬는데 자네 행동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꼴 아닌가.”

대통령의 추상같은 질책에 숙종은 진땀을 흘렸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 오해십니다.”

“한 집안 식구끼리 그렇게 하면 안되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집안부터 잘 다스려야지 이게 뭔가. 명신이 잘 다독이고 창신이와 덕신을 복귀시키게. 그러면 아무 일도 없던 것으로 하겠네.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나.”

숙종은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움츠렸던 어깨를 쭉 펴고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처남 문제는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거고, 집사람 문제도 장인어른께서 미처 모르시는 부분이 많습니다.”

“뭐야. 듣자 하니 안하무인이군. 내 이런 얘긴 안하려고 했는데 자네 요즘 바깥 살림을 한다면서. 그 때문에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그런 적 없습니다. 집사람이 지어낸 말입니다.”

숙종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순간 대통령은 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나가보게.”

 

* <칠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작가 소개>

금강(錦江·필명) 웹소설 작가. 시나리오 작가 겸 문화평론가

금강 작가  e-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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