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시인의 첫 시집이 나왔다.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도서출판 애지)』에는 ‘꽃‘과 ‘땅’ 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해설을 쓴 유성호 평론가는 이번 시집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새롭게 다가오는 신생의 기운을 이채롭게 결속한 세계”이며 “삶의 성찰과 역설적 희망의 시간을 구축해가는 오광수의 시는 고통에 대한 자기 위안과 치유의 속성을 강하게 견지하면서, 어둑한 추억과 진정성 있는 고백을 통해,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를 통해, 삶의 성찰적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표제는 역설이다.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게 미친 짓이긴 해도 다시 한 번 사랑을 말하고 싶다”는 시인의 간절함을 담고 있다. 시인은 뜨겁고 저릿한 ‘첫사랑’과도 같은 시의 복원을 꿈꾼다. 중앙대 문창과 시절 후배들의 사랑과 질투를 받으며 ‘전설’로 회자되던 시인은 이후 오랜 기간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해왔다. 그동안 ‘비동인’ 동인 활동을 하며 꾸준히 시를 발표해왔고, 대중문화 관련 산문집과 시해설집을 낸 바 있다.

오 시인은 첫 시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신문사 문화부 풍경은 늘 책과 함께하고, 일주일이면 수백 권의 책들이 쌓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책 속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책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었다"면서 "굳이 변명하자면 미디어 글쓰기를 하면서 제 시 쓰기를 게을렀다"로 말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오 시인은 1986년 동인지 '대중시'로 데뷔했으며 시집 '그들은 다만 걸었다' 등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8년 12월 월간 '시인동네'에 발굴시인 특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오 시인은 에세이집 '가수 이야기'와 '낭만광대 전성시대', 시해설집 '시는 아름답다'를 펴냈다. 경향신문에서 기획취재부장, 문화부장, 대중문화부장, 문화사업국장을 거쳤고 현재는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을 맡고 있다.

가수 정태춘은 오광수 시인의 시에 대해 "단정하다. 곱다고 말해야 하나? 아닌데? 투박한한 단어, 음울한 언어도 적잖다. 그러나 조용하다. 고요하다. (중략) 나도 시를 이렇게 쓰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시인들은 수다쟁이들이다.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온갖 상념들을 결코 하나도 버리는 법 없이 살 붙여 풀어내고 그 텍스트를 조물락거리며 논다. 그러나 놀기일 뿐이겠는가. 힘든 노역이기도 하다. 스스로 자처한 마음의 노역자들이다"라고 해석했다.

시를 이렇게 멋드러지게 해석해내는 것을 보면 가수 정태춘도 '수다쟁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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