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그룹이 4년 전 매각했던 계열사를 재인수한 뒤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DB그룹의 IT계열사 DB에프아이에스(FIS)는 과거 동부CNI의 IT 운영사업부문으로 DB그룹 금융계열사의 IT시스템 운영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 압력에 시달리던 DB그룹은 2014년 12월 해당 사업부문을 DB FIS로 물적분할한 뒤, 다음달 사모펀드 비케이에이앤지에 9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DB그룹은 지난해 5월 비케이에이앤지가 보유한 지분 100%를 949억원에 재인수하면서 DB FIS를 다시 품에 안았다. 현재 DB FIS의 지분 100%를 보유한 DB Inc.의 최대주주는 DB그룹 경영권을 쥔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으로 16.82%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부친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도 11.20%를 보유하는 등 특수관계인 17인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43.81%에 달한다.

재인수 후 DB FIS는 DB그룹 금융계열사인 DB 손해보험, DB생명보험, DB금융투자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약 3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DB FIS에 일감을 준 DB금융계열사들의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 D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5조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6692억원에서 5378억원으로 약 19.7% 하락했다. DB생명보험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292억원에서 24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DB그룹은 오히려 DB FIS의 내부거래 규모가 줄어들었다며 해당 의혹에 반박했다. DB그룹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2013년 동부 CNI(현 DB Inc.)의 2013년 매출액은 5254억원이며, 이 가운데 IT사업부문 매출액은 3568억원이다. 이중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들과의 거래액은 약 1014억원인데, 2018년 매출액은 33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일감 몰아주기'라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DB그룹의 옛 계열사들인 동부팜한농, 동화청과에게 지난 2012~2016년 부실계열사 동부팜에 567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약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사태로 퇴임했지만, 해당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은 김 전 회장의 임기 중 일어난 일이었다. 장남인 김 부회장 또한 2013~2015년 동부팜한농 부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공정위 징계가 내려진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DB그룹이 금융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재인수한 DB FIS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부사장의 입장도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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