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웹소설 <칠궁>
[웹소설] 칠궁 - 5장 퇴마사 최후의 결전 ②
  • 금강 작가
  • 승인 2019.05.10 11:04
  • 댓글 0

2.

 

두 시간 후. 온종일 수색하다 지친 김훈과 박찬일은 곯아 떨어져 있었다.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구야 이 시간에.”

박찬일이 투덜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하던 박찬일은 김훈을 마구 흔들었다. 김훈은 잠에서 깼다.

“본청에서 전홥니다. 방금 양구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신원 미상의 젊은 여자를 발견했답니다.”

“뭐라구. 자세히 말해봐.”

“12시 50분 경 야간 훈련 중이던 군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답니다. 신고는 군부대에서 양구경찰서로 했고요.”

김훈이 벌떡 일어났다.

“병원이 어디야.”

“영구 시내에 있는 성모병원이랍니다.”

김훈과 박찬일은 황급히 차를 몰아 양구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한 둘은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입구에 간호사가 보였다. 박찬일이 다가갔다.

“여기 젊은 여자 분 이송돼 왔습니까.”

“네 맞는데요.”

“들어가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안됩니다. 누구시죠?”

“경찰입니다.”

“경찰이 아니라 가족이라도 지금은 면회가 곤란합니다. 상태가 중해 응급조치 중이에요.”

“어쩔 수 없군. 반장님 저기 의자에 앉아서 좀 기다리죠.”

박찬일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5분도 안돼 코를 곯기 시작했다. 응급실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박찬일의 큰 머리통이 김훈의 어깨를 짓눌렀다. 김훈은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명료해졌다.

장연아 납치는 누가 했으며 왜 그랬을까. 오성그룹 비서실장이 장연아 실종사건을 의뢰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사는 왜 하루살이떼의 습격을 받았을까. 장희빈묘에서 발견된 옥나비와 장연아의 상관관계는? 그 모든 것들은 생각할수록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심증은 굳어졌다.

열쇠는 장연아가 쥐고 있어. 장연아만 입을 열면 의문이 풀릴지 모르지.

김훈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박찬일을 힐끔 쳐다봤다. 박찬일의 대두가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 간호사가 김훈을 가리키며 의사에게 뭔가 말했다. 의사가 다가왔다.

“경찰서에서 나왔습니까.”

“네. 환자 상태는 어떻습니까.”

의사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말했다.

“정말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보통사람 같았음 벌써 사망했을 겁니다. 출혈이 심했는데 어떻게 숨이 붙어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였어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당분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환자가 임신한 상탠데 태아는 괜찮습니까.”

“유산됐어요.”

김훈이 잠깐 침묵을 지켰다가 다시 물었다.

“유산이 된 원인은 뭐죠. 혹시 타살 가능성은 없습니까.”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되겠지만 현재로선 타살은 아닌 것 거로 보입니다. 환자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서 그 충격으로 태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환자를 봐도 되겠습니까.”

“얼굴 보는 정도는 괜찮지만 대화는 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직 의식이 없어서요.”

김훈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온 몸에 붕대가 감긴 여자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다.

이 여잔가.

김훈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오성 김실장이 사건을 의뢰하며 건넨 사진이었다. 잠시 후, 응급실 밖으로 나온 김훈은 오성그룹 김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 후 서울 강남 오성타운. 57층 건물 위로 헬기 한 대가 날아들었다. 시콜스키 S-76C기였다. 헬기가 옥상에 착륙하자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이 황급히 올라탔다. 이숙종회장과 비서실장이었다.

“얼마나 걸리나.”

“최대 속력으로 가면 40분 소요됩니다.”

숙종이 물었고 김실장이 대답했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숙종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허공을 노려봤다. 분노에 찬 눈빛이 폭발할 듯 이글거렸다. 유산됐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숙종은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얻은 자식인데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이럴 수가…….

눈에서 피눈물이 맺혔다. 분노는 허탈감으로, 허탈감은 다시 분노로 바뀌었다.

용서하지 않겠어. 지옥까지 좇아가서 반드시 대가를 치러주마.

50분 후. 김훈은 병원 로비로 급히 들어서는 숙종을 봤다. 다가가서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숙종은 성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더니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숙종이 연아의 병상에 섰다. 연아의 얼굴은 온통 멍투성이였다. 복부를 쳐다봤다. 불룩하게 솟아 있었던 배가 푹 꺼져 있었다.

아들. 내 아들이 어디 갔어. 대답해봐 . 대답 좀 해보라구.

숙종은 연아의 배를 붙들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지켜보던 간호사가 달려왔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나가주세요.”

“비켜. 못 나가. 내 아이 원상회복시켜놓기 전엔 절대로 못 나가.”

“환자 분 태아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했어요. 병원 잘못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숙종이 간호사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간호사가 뒷걸음쳤다. 잠시 후 당직의사가 달려왔다. 의사는 비서실장과 몇 마디 나누더니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숙종을 발견한 의사가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불편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환자를 당장 이송해야겠으니 협조해 주시오.”

숙종은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응급실 밖으로 나온 숙종은 김훈과 눈이 마주쳤다. 김훈은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회장님.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숙종은 대답 대신 김실장에게 말했다.

“잘 수습해.”

숙종은 그대로 지나쳤다. 찬바람이 쌩 일었다.

“고생했습니다 반장님.”

김실장이 김훈에게 말했다. 옆에 있던 박찬일이 못마땅한 듯 따졌다.

“회장이 쫌 삐딱하네요. 실장님도 알다시피 그동안 얼마나 개고생 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말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회장님께서 유산된 걸 알고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겁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그럼 유산된 애가 회장님 자식입니까.”

김훈이 물었다. 김실장은 허를 찔린 듯 당황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죠. 이숙종과 장연아는 어떤 관곕니까.”

“그 그 문제는 담에 회장님을 뵙거든 직접 여쭤 보십시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납치범부터 속히 붙잡아주십시오. 회장님께서 꼭 당부하셨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면 섭섭지 않게 보답하겠습니다.”

“그딴 거 필요없수다. 회장은 돈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데 안 되는 것도 있어요. 무슨 얘긴지 알아요?”

박찬일이 눈을 부라렸다. 김실장이 어물쩍 시선을 피했다.

“저 지금 바쁩니다. 환자도 이송해야 하고요.”

“어디로 이송합니까.”

“오성병원입니다. 수속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갈 겁니다.”

“혹시 환자를 따돌리려는 것 아닙니까. 저흰 피해자 진술을 들어야 하거든요.”

“아닙니다. 그 부분은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김훈은 후속 수사에 돌입했다.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대포차 전과자를 대상으로 납치 차량 매입자를 추적했다. 결과는 지문 감식이 더 빨랐다. 계산원이 건넨 톨게이트 영수증이 결정적이었다. 지문 통보를 받은 박찬일은 용의자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 이 놈이었나?

 

사내는 느긋한 자세로 누워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포천빌라살인사건’ 현장을 비췄다. 이어 앵커가 경찰의 브리핑 내용을 전했다.

“포천 빌라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일 피의자 이모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시신으로 발견된 남성이 외국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쪽지문 대조 결과 이씨의 직장동료이자 내연관계에 있던 한국인 이모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씨의 집 고무통 안에서 발견된 시신 2구 가운데 이씨가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남편 박모씨의 사망 경위도 캐고 있습니다.”

사내가 피식 비웃었다.

병신 같은 년. 죽이려면 제대로 죽였어야지 고무통이 뭐야. 고무통이. 꼬리를 남기면 밟힌다는 거 몰라.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누구요.”

“경찰입니다.”

사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어 경찰이 들이닥쳤다.

“"박준 당신을 살인미수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박찬일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한 시간 뒤. 특수수사과 사무실로 전화가 빗발쳤다. 통화를 끝낸 이세호 과장은 김훈을 호출했다. 김훈이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섰다. 이과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박준을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기어코 일을 저질렀군. 박준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라고 했는데 왜 지시를 거부한 거야.”

“과장님께서 중단하라는 건 칠궁사건이고 이건 별건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사전 보고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영장 청구 때 보고 드리려고 했습니다. 박준이 청와대 비호를 받는 인물이라 보안 수사도 필요했고요.”

“말은 그럴듯하군. 지금 청와대가 발칵 뒤집어졌어. 경호실은 물론이고 비서실장까지 전화가 와서 당장 풀어주라고 난리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청와대가 살인사건에 왜 나섭니까. 직권남용 아닙니까. 이번 건은 흉악 범죄입니다. 박준은 임신부를 살해하려고 한 중대 범죄인이고요. 게다가 증거 인멸까지 처음부터 계획적인 범행입니다. 여죄를 추궁해 반드시 전모를 밝힐 겁니다.”

이과장은 할 말이 없었다. 궁색해진 이과장은 말을 돌렸다.

“그거야 뭐 사실이면 청와대도 어쩌겠나. 피의자도 인권이 있으니 그걸 보장해주라는 뜻이겠지. 헌데 이 건을 어떻게 맡게 됐나. 누구 부탁을 받았나?”

김훈은 머뭇거렸다. 칠궁사건을 계속 수사하다가 연결됐다고 말하면 책잡힐 것 같았다. 이 과장이 김훈을 빤히 쳐다봤다.

“뭔가 있군. 말을 못하는 걸 보니.”

“아닙니다. 인지 수삽니다. 저희 과에서 첩보를 통해 수사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이 시간 이후로 손을 떼. 우리 과 특성상 일반 살인사건을 취급하는 건 맞지 않아.”

“이건은 일반 살인사건이 아닙니다. 배후에 거대 권력이 있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우리 과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김훈이 열을 올리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과장이 책상을 쾅 쳤다.

“잔말 마. 이건 명령이야. 박준 건은 본청 강력계에서 맡기로 결정 났으니 사건을 당장 인계해.”

 

* <칠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작가 소개>

금강(錦江·필명) 웹소설 작가. 시나리오 작가 겸 문화평론가

금강 작가  e-korea@naver.com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강 작가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