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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칠궁 - 5장 퇴마사 최후의 결전 ①
  • 금강 작가
  • 승인 2019.05.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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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내는 긴장된 표정으로 연신 휴대폰 화면을 체크했다. 한 시간 전부터 실시간으로 문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AM 11:25 장연아 오성병원 도착.

AM 11:30 장연아 VIP 병실 입실. 현재 진료 중.

 

사내는 혀끝으로 입술을 핧았다. 입 안이 자꾸 말랐다.

장연아.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의뢰인은 일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죽여.”

그 오더가 떨어졌을 때 처음엔 망설였다. 행동이 굼뜬 임신부 한 명을 납치해 죽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체를 처리할 곳이 마땅찮았다. 바다나 강에 버릴 경우 자칫 시신이 떠오르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 점을 고민하고 있는데 불쑥 속초가 떠올랐다.

특수부대 시절, 속초 위쪽 민통선 인근 야산에 투입됐다. 종일 산속을 헤매며 생존 훈련을 받는 동안 민간인은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그 산 계곡에서 유격 훈련 중 동기 한 명이 떨어졌다. 부대원들이 시신을 찾아 나섰지만 실패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인데다 지형이 워낙 험준했다. 그 동기는 사흘간 수색했으나 끝내 찾지 못해 실종 처리됐다.

사내는 무릎을 쳤다. 시신 유기 장소는 그곳으로 하면 될 것이다. 남은 건 납치다. 이를 위해 병원을 미리 답사하고 예상 동선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제 시간이 임박했다.

마지막 문자가 왔다.

AM 12:33 장연아 퇴실.

사내는 마스크를 쓴 뒤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배가 불룩한 젊은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여인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띌 만큼 미인이었다. 사내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사내는 뒤로 다가갔다.

“장연아씨죠.”

여자가 뒤를 돌아봤다. 사내는 미리 준비한 마취 타월로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여자가 버둥거리다 축 늘어졌다. 사내는 여자를 끌고 주차된 곳으로 갔다.

한 시간 후. 서울을 빠져나온 사내는 국도변에서 차를 세웠다. 마스크를 벗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잘했어 지금까지는. 이제 남은 건 버리는 거다.

사내는 오가는 차량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런 다음 트렁크를 열었다.

웅크린 여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테이프로 막혀 말은 못했지만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사내가 히익 웃었다.

조금만 참아. 편안하게 죽게 해주지.

사내는 힘껏 엑셀을 밟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바리게이트가 보였다. 특수부대 근무 시절 숱하게 오가며 눈에 익은 군경합동검문소였다. 군인이 아닌 일반인 운전자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무사통과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사내는 검문소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차를 돌렸다. 방향을 바꿔 고속도로를 탔다. 한 시간 쯤 더 달리자 속초 톨게이트가 나타났다.

사내는 하이패스로 들어가려다 생각을 바꿨다.

“어서 오십시오.”

톨게이트 계산원이 인사를 건넸다. 사내는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리고 요금을 냈다. 거스름돈을 받은 사내가 영수증을 받은 뒤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돌려줬다. 차가 다시 앞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잠깐만요.”

사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요. 아세요?”

계산원이 손끝으로 트렁크를 가리키며 물었다. 사내는 당황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사내는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강아지가 타고 있어요. 뒷자리에 태웠는데 하도 짖어대 트렁크에 잠깐 실었어요.”

“아 그러시군요. 안녕히 가세요.”

사내는 진땀이 났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자를 죽이고 실을 걸 그랬나. 아냐. 어떤 경우에도 몸에 흔적을 남기면 안돼. 만의 하나 발견돼도 실족사한 거로 처리해야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애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자구.

그런데 무슨 소리가 났다는 거야. 단단히 묶어놨는데.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사내는 도로변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었다. 여자는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거참 이상하네. 헛 걸 들었나. 미친 년.

사내는 중얼거리며 트렁크를 닫았다. 이어 북쪽 방향으로 계속해서 달려갔다.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뢰지대.

민통선 입구를 알리는 군부대 글귀가 보였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임도로 접어들었다. 산길을 한참 달리자 도로가 끊겼다. 사내는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를 열고 여자를 준비해온 대형 비닐에 둘둘 말아 들쳐 멨다.

서두르자. 해지기 전에 이 산을 넘어야 해.

사내는 울창한 숲을 헤치고 전진했다. 시간이 갈수록 땀이 비 오듯 솟았다. 어깨에 멘 여자 몸이 철근을 짊어진 듯 무겁게 느껴졌다. 일반 병사 풀군장의 2배인 80kg를 메고 특수훈련을 받을 때도 이렇게 무겁진 않았다.

사위가 어둑해졌다. 사내는 내심 초조해졌다. 이 지역은 해가 유난히 짧다. 해지기 전에 도착하기는 글러먹은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땅거미가 깔린다싶더니 시나브로 사방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사내는 이를 악물고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갔다. 숨이 턱에 닿을 즈음 낯익은 지형이 나타났다. 협곡 아래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 중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사내는 여자를 묶은 결박을 풀고 입에서 테이프를 떼 냈다. 그런 다음 절벽 밑으로 내던졌다.

임도 끝 지점으로 돌아온 사내는 차량 문을 열고 인화물질을 뿌렸다. 이어 라이터를 던졌다. 타다닥, 불꽃이 튀더니 빠른 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날 밤, 뜬 눈으로 밤을 샌 숙종은 새벽녘에 비서실장을 찾았다.

“어떻게 됐나. 진돗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왜 여태 소식이 없어.”

숙종의 어투에 적의가 느껴졌다. 김실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직 사모님의 행방을 못 찾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번 일은 진돗개가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지 싶습니다. 병원 CCTV부터 살펴봐야 하는데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 연아에 대해서도 샅샅이 조사를 할 것 아닌가.”

“비공식적으로 의뢰하면 됩니다. 일전에 만난 적 있는 특수수사과 경찰에게 특별히 부탁해보겠습니다.”

“김훈 반장 말인가.”

“예 회장님. 실은 며칠 전에 김반장이 사모님 이름을 대며 회사에 입사한 적이 있냐고 물어 왔습니다.”

“뭐라고. 연아를? 그 자가 연아를 어떻게 알지.”

“자세한 건 말을 하지 않아 모르겠고 여하간 아는 눈치였습니다.”

“그 얘기를 왜 이제 하나. 그런 중요한 보고를 묵살한 저의가 뭐야.”

숙종의 음성에 화가 잔뜩 묻어났다. 김실장이 아무 말을 못하고 쩔쩔 맸다.

“암튼 특수수사과를 동원하던 누구를 시키던 연아를 반드시 찾아내. 알겠나.”

 

이튿날 아침 오성병원. 두 명의 경찰이 정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김훈 반장과 박찬일이었다.

“반장님 정말 기가 막히네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장연아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니. 비서실장이 그 사실을 숨기고 우리한테 SOS를 요청한 이유가 뭡니까.”

“실종된 장연아를 찾아달라는 거지. 일단 CCTV부터 압수해.”

병원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김훈은 사무실로 돌아와 CCTV 분석에 들어갔다. CCTV 화면에는 장연아가 병원에 들어가는 장면, 엘리베이터에 내린 장연아를 정체불명의 사내가 끌고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걸 보니 의도적인 범행이 분명하네요. 얼굴을 완전히 가렸는데 찾으려면 꽤 애를 먹겠습니다. 일단 본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해야겠어요.”

박찬일이 본청에 연락을 취하는 동안 김훈은 비서실장에게 납치 사실을 알렸다.

둘은 밤낮없이 범인의 동선 추적에 매달렸다. 범인 차량의 이동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마지막으로 통과한 지역이 속초 톨게이트로 밝혀졌다.

김훈과 박찬일은 즉시 속초로 달려갔다. 속초 톨게이트에 도착한 김훈은 계산원을 상대로 탐문 수사에 들어갔다.

“여기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쓴 운전자를 본 분 있습니까.”

김훈이 물었다. 계산원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실망감에 돌아서려는 순간 마지막 남은 계산원이 천천히 손을 들며 말했다.

“저어 비슷한 사람을 보긴 했어요.”

“정말입니까.”

“예 그런데 그 사람 행동이 좀 이상했어요.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끊는데 차 뒤편 트렁크 쪽에서 소리가 났어요.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강아지를 태웠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죠.”

“강아지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예에 정말이에요?”

“그 차가 간 방향을 아십니까.”

계산원이 놀란 표정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김훈은 차에 올랐다. 출발하려는 순간 뒤에서 계산원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뭐죠.”

박찬일이 돌아봤다. 계산원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그 사람이 버린 영수증이에요.”

“아니 이걸 보관하고 있었습니까.”

“보통은 다 버려요. 근데 이상하게 그땐 보관하고 싶더라구요. 행동도 쫌 이상해 보이고. 그래서.”

박찬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경찰관 하면 잘 하겠어요. 요즘 여성 경찰 많은데.”

“정말요. 제 어렸을 때 꿈이 경찰이었어요. 스릴러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죠.”

“어 나하고 같네. 나이가 몇 살입니까. 결혼은 했어요?”

박찬일은 계산원이 맘에 드는지 출발할 생각을 안했다. 김훈이 옆에서 툭 쳤다.

“그만 가자구.”

 

 

그로부터 40분 후. 민통선 주변 임도가 끝난 지점에서 검게 탄 무쏘 차량 한 대를 발견했다. 차량 형태가 CCTV에 찍힌 차량과 같았다.

“방화네요. 차 내부가 몽땅 탔어요.”

박찬일은 트렁크를 열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검게 그을린 흔적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없었다.

용의주도한 놈이군. 증거를 싹 없앴어.

“여기 번호판은 붙어 있군. 차적 조회해봐.”

김훈이 말했다. 잠시 후 박준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포찬데요”

“예상한 대로군. 계획적으로 대포차를 이용한 거야.”

김훈은 전방을 주시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로 인해 길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범인은 이 지점에서 차를 버리고 숲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 다음 인적 드문 곳에 장연아를 유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먼 곳까지 올 이유가 없을 터. 그 장소가 어딜까.

박찬일도 같은 생각을 한 듯 의견을 말했다.

“사방이 산이니 사막에서 바늘 찾기네요. 본청에 수색 병력을 지원 요청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밤 자정 무렵 서오릉 대빈묘. 무덤 중앙에서 혼령이 쑥 빠져나왔다. 영은 묘 주변을 두 바퀴 선회하더니 북쪽 방면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 시각 연아는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고 있었다. 벼랑 아래로 떨어진 연아는 옷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바람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탈진한 상태에 충격까지 겹쳐 의식이 희미했다.

“일어나. 냉큼 일어서래도!”

연아는 비몽사몽 꾸짖는 소리를 들었다.

“넌 죽어선 안돼. 죽으면 돌아갈 곳이 없어. 어서 깨어나.”

내부 깊숙한 곳에서 들려온 그 소리에 연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어 온 몸의 근육이 꿈틀대고 세포가 아우성쳤다. 연아는 필사의 힘을 다해 벼랑을 오르기 시작했다.

 

* <칠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작가 소개>

금강(錦江·필명) 웹소설 작가. 시나리오 작가 겸 문화평론가

금강 작가  e-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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