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사건의 마지막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3일(현지시간) 오전 석방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당한 김정남의 모습. <사진=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3일(현지시간) 오전 말레이시아 슬링오르주 카장 여성교도소에서 석방됐다. 마지막 용의자가 풀려남에 따라 김정남 살인사건은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흐엉은 이날 오전 7시경 석방된 뒤 차량을 통해 말레이시아 이민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엉은 이날 오후 고국인 베트남 하노이로 향할 예정이다.

흐엉은 지난 2017년 2월 13일 오전 9시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와 함께 맹독성 화학무기인 VX신경작용제를 사용해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르고 달아났으며, 김정남은 이후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사망 이후 곧 흐엉, 시티 및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을 체포했으나 결국 사건의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리정철은 증거 부족으로 석방돼 북한으로 추방됐으며, 시티 또한 지난 3월 11일 검찰이 공소를 포기하면서 석방됐다. 흐엉까지 모범수로 감형을 받아 이날 석방되면서 결국 모든 용의자가 풀려나게 됐다.

김정남 피살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29·Doan Thi Huong)이 제주도 여행 중 표선 해변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사진=흐엉 페이스북 갈무리>

이로서 김정은 암살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CNN은 이날 흐엉의 석방 소식을 전하며 “마지막 김정은 살해 용의자가 석방되면서, 끔찍한 살인사건은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CNN 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을 계획, 조직, 감독한 이들이 모두 빠져나가버렸다”며 “국제공항에서 살인을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끔찍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김정남 살해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 가능성도 사실성 거의 없어 보인다. 호주 라트로브 대학의 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인 유안 그래험은 CNN을 통해 “북한은 최근 중국・한국・미국・싱가포르・베트남・러시아 등 세계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성공리에 마쳤다”며 김 위원장이 고립된 독재자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그래험은 이어 “베트남을 포함해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김 위원장을 초대하기 위해 줄을 섰다”며 “김정남 사건을 추가 조사하기 위한 국제적인 동기가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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