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패스트트랙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6년 전 통합진보당 해산을 진두지휘했던 황 대표는 이제는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여론에 응답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지난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은 일주일이 지난 29일 오전 10시 현재 총 32만868명의 동의를 받았다. 1일 평균 약 4~5만명이 한국당 해산 청원에 ‘동의’를 누른 꼴이다. 결론적으로 국회 의안과와 회의실을 가로막으며 벌였던 한국당의 강경 대응은 오히려 여론의 악화를 초래한 셈이 됐다. 

최근 당 대표로 선출돼 대립 정국을 이끌고 있는 황교안 대표로서는 한국당 해산 청원이 여론의 높은 지지를 얻게 되면서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3년,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황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8대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과 소속 의원 5인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6년이 지난 현재 황 대표는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정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게 됐다. 한국당 해산 청원을 올린 작성자 또한 “자유한국당에서 이미 통진당 정당해산을한 판례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원인은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 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왜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를 하고 소방에관한 예산을 삭감하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있다”며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정당해산 시켜서 나라가 바로 설수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반대 투쟁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됐다고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밀어붙이고 국회 선진화법을 야당 겁박용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과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야당들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주요 선진국의 정당 해체 사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일주일만에 30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정부는 한국당 해산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헌법 8조에 따르면, 정부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청원이 정부 권한 밖의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해외에서도 위헌정당해산제도를 통해 정당이 해체된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우 나치의 후신을 자처하며 1949년 결성된 ‘사회주의 국가당’이 설립 3년만인 1952년 위헌 판결로 해산된 바 있다. 스페인에서도 바스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정당 ‘바타수나’가 테러노선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2003년 스페인 대법원에 의해 해산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한국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 2014년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경우, 단 5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소수 정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산 심판으로 인해 큰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다. 더욱이 114석을 보유한 한국당을 상대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 3703명 동의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2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이 글에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인 '신의 한수'가 지난 26일 업로드한 국회 영상이 링크돼있다. 현재 이 청원은 3703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한국당 해산 청원이 일주일만에 30만을 돌파한 상황에서 민주당 해산 청원은 어느 정도의 속도를 보일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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