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회계사들이 최근 과거 진술을 뒤집으면서 삼성그룹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수사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삼성그룹 최고 경영진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사 선상에 포함될 경우, 향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삼정KPMG와 딜로이트 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과거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 변경 시 콜옵션 약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들이 과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에서 “콜옵션 조항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 ‘50%-1주’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해당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던 삼성바이오는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얻은 장부상의 평가이익은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다.

그간 삼성바이오는 회계기준 변경 시 콜옵션을 고의로 숨긴 적이 없으며, 회계법인에 자문을 구해 합법적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회계사들 또한 과거 증선위 조사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합작 계약서를 확인했기 때문에 콜옵션 조항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콜옵션 조항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은 삼성바이오 측의 요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사들은 콜옵션 계약 내용 또한 2015년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회계사들이 진술을 뒤바꾸면서 삼성바이오 측은 위기에 몰렸다. 회계사들의 진술이 사실이면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

무엇보다 회계사들이 증선위 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이유가 삼성바이오의 요구 때문이라는 진술은 향후 삼성그룹 윗선에 대한 수사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 승계작업의 핵심인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깊숙이 연관돼있는 만큼, 삼성바이오가 아닌 그룹 윗선에서 회계사들에 대한 거짓진술 요구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5일 삼성에피스 소속 임직원 2명에 대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사내에 보관 중인 회계처리 관련 자료들의 삭제 및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삭제한 자료 중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자료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광범위한 증거인멸 작업이 삼성바이오 임직원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몸통에 대한 수사 없이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완전히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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