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연해주 남단 하산스키 하산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에서 하차하고 있다. <사진=연해주 주정부 홈페이지>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24일 북러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러시아 접경 지역에 위치한 하산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날 하산 역에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대사 등 러시아측 고위 인사들이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환영식에서 꽃다발과 빵, 소금 등을 선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는 중요한 손님에게 빵과 소금을 쟁반에 담에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 환영식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영토를 밟게 돼 기쁘다. 이번이 마지악 러시아 방문은 아니며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성과없이 끝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거에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과 중러 간의 밀월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껄끄러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CNN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김정은이 북쪽 이웃을 방문했다”며 김 위원장의 방러 시기가 미묘하다고 전했다. CNN은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미국과의 협상 외의 외교적 옵션을 가늠해보려는 시도”라며 “북한은 미국의 제재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김 위원장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신 외교적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더힐은 “하노이 회담의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한 김정은의 주된 반응이 외교적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실제로 지난 12일 연설을 보면 김정은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환영식 후 다시 전용열차에 탑승해 회담 장소인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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