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결국 핵심 계열사인 아사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주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상을 진행한 끝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의 매각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지분 매각 등의 내용을 포함한 수정 자구안을 의결해 채권단에 전달할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일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퇴짜 당했다. 경영정상화에 걸리는 기간으로 제시한 3년이 너무 긴데다, 박 전 회장이 내놓을 지분 가치도 200억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는데, 두 분이 뭐가 다르냐”며 “그 동안 3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며 3년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하면서 박 전 회장은 백기투항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시장에 나올 경우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는 SK, 한화, 애경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후보 기업의 특징은 모두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운영 중이라는 것.
SK는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유동성이 좋은데다, SK 이노베이션이라는 확실한 에너지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유가변동에 민감한 항공업 특성 상 SK이노베이션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떴다.
한화그룹 또한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운영 중이어서 항공사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테크윈을 통해 저비용항공사 에어로K에 약 16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업허가를 받지 못해 항공업 진출을 중단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신세계, CJ그룹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