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창 사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아이디티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사진=뉴시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이 퇴짜를 맞았다. 

금호그룹은 9일 산업은행에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고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아울러 자회사를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의 비수익노선을 정리해 경영정상화를 한 후 3년 안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은행은 10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금호그룹 자구계획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에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채권단은 판단했다"며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하고 채권단과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신한 퓨처스랩 제2출범식' 뒤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원은 대주주 재기가 아니라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박삼구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해놓고, 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건 무슨 의미냐. 박 회장이 물러나고 그 아드님(박세창 사장)이 경영한다면 차이가 뭐냐"라고 반문했다.

박세창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 후 2005년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상무를 시작으로 영업 총괄 부사장,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2016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에 올랐고  2018년에는 아시아나IDT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세창 사장이 아시아나IDT 사장을 맡은 후 첫 실적은 전년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은 2440억원, 영업 이익은 1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매출액 2603억원, 영업 이익 215억원과 비교된다.

이익은 줄었지만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지분 76.22%)을 위해 배당액은 늘렸다. 지난해 배당금은 55억5천만원으로 전년도 50억원을 배당한 것과 비교해 5억5천만원이 늘었다. 

아시아나IDT는 지난해 실적 가운데 아시아나항공(811억원) 등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비율이 58%에 이른다. 최근 3년간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 55% , 2017년 61% 등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는 회사의 경쟁력과 무관치 않다. 박세창 사장이 '온실 속 경영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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