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승계과정과 관련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세상을 떠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 확실시되는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 승계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주사 보유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새로운 구원투수를 찾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주식은 지주사 한진칼 17.83%를 비롯해 대한항공 0.01%, 한진 6.87% 등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의 핵심인 한진칼 주식만 고려해도 약 3400억원 규모로 상속세는 그 절반인 17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대주주 지분상속에 대한 할증 20%를 추가하면 조 사장은 약 2000억원 남짓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조 사장이 끌어올 수 있는 상속세 재원으로는 우선 부친에게 물려받은 지분을 담보로 하는 주식담보대출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회장의 한진칼 및 한진 지분 가치는 1217억원으로, 이를 담보로 609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지주사인 한진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조 회장 일가가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대한항공 지분 등을 매각할 경우 약 750억원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등으로부터 지급받을 퇴직금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르면 회장의 경우 1년에 6개월분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조 회장의 최근 보수 31억원과 대한항공 임원재직기간 39년을 고려하면 퇴직금은 약 61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퇴직소득세와 상속세를 제외하면 약 300억원 가량이 활용 가능한 자금이다.

결국 조 사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마련할 수 있는 상속세 재원은 약 1600억원 규모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외 지주 및 계열사로부터 받을 퇴직금을 더해도 약 2~300억원 가량의 재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상속세 분할 납부, 부동산 매각, 배당금 확대 등의 방법을 동원해 추가 재원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회장 자산 중 공개된 건 주식 외에도 현금자산이나 부동산 자산 등이 있을 것”이라며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약 2% 정도의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유자산 매각이나 배당 확대를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원투수 없이 자체적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PEF 등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없는 우호세력을 확보해 한진칼 지분을 넘겨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을 유력한 구원투수로 꼽고 있지만, 과거 계열분리 과정에서 형제 간 사이가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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