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8일, 한진그룹 지주사 및 계열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한진그룹 지주사 및 계열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오후 2시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05% 상승한 3만원, 한진칼 우선주는 주가상한 제한(+30%)에 가까운 29.91%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항공 또한 전일 대비 1.72% 오른 3만2450원, 대한항공 우선주는 10.87% 오른 1만5300원을 기록 중이다. 이 밖에도 진에어와 (주)한진도 각각 1.91% (2만4000원), 12.62% (4만600원) 오르는 등 다른 계열사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상실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한진그룹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로 오너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반사적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날 주가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 회장 사후 한진그룹 지배구도를 둘러싸고 경영권 갈등이 격화되면서 주식매입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28.95%(조 회장 17.84%, 조원태 2.34%, 조현아 2.31%, 조현민 2.30%, 기타 4.16%), KCGI 13.47%, 국민연금 7.34%의 지분구조를 보이고 있다. 만약 후계자로 지목되는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온전히 물려받을 경우 당장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지분 승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 연구원은 8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조양호 회장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원”이라며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의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조 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609억원으로 남은 1100억원 가량의 상속세 재원은 다른 경로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조 사장 및 가족들이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및 계열사 배당금을 늘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진칼 및 계열사 배당성향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주식시장에 확산될 경우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상속세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조 회장 지분의 절반만 조 사장에게 승계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조 사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약 20.03%로 KCGI와 국민연금의 합산 지분비율(20.81%)보다 낮다. KCGI는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국민연금 또한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 사내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2・3대 주주가 오너가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조 사장 및 가족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장내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조 사장 중시의 후계구도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세 남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경영권 분쟁으로 세 남매 간의 주식 매입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한진그룹 주가 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조 회장 일가를 압박해온 행동주의 펀드 KCGI도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등 내년 주총을 앞두고 조 사장에 대한 경영권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이 상승세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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