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릉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인근 전신주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이 폭발로 인한 불꽃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4일 발생한 고성산불에 대한 진화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이번 산불의 원인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관리본부(중대본)는 이번 산불의 원인을 변압기 폭발이라고 추정했다. 화재 발생지점인 고성군 토성면 주유소 인근 전신주에 설치된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불씨가 번졌다는 것. 반면 한국전력(한전)은 “해당 전신주에는 변압기가 아닌 개폐기가 달려있다”며 변압기 폭발설을 부인했다.

고압 전력을 일반 가정용으로 낮춰주는 변압기와 달리 개폐기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변압기의 경우 과부하가 지속되면 절연이 파괴되고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해 폭발할 수 있다. 특히 노후 변압기의 경우 전력소모량이 증가했음에도 용량을 증설하지 않으면 화재 위험이 크다. 실제 2015년 기준 변압기 폭발 화재는 65건 발생했지만, 2016년에는 88건으로 35%나 늘어났다.

반면 한전 설명에 따르면 해당 개폐기는 내부가 밀폐된 상태인 진공절연개폐기로 자체 폭발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개폐기에서는 전기 차단시 아크방전(기체 중에 설치된 두 전극 사이에 전압을 건 경우에 강한 열과 빛이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내부가 밀폐돼 외부공기와 격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크가 폭발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코리아>가 과거 개폐기 관련 화재사고를 살펴본 결과, 차량 충돌 등 외부 원인에 의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6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에서는 지상에 설치된 개폐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간판 설치 작업 중이던 차량과의 충돌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도 전주시 평화동의 한 전신주에 설치된 개폐기가 한파로 인해 고장을 일으켜 인근 상가 및 주택 1600여 가구가 정전됐지만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전 측은 이번 화재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있다. 한전은 5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크는 개폐기 연결선 부분에서 발생했고, 개폐기 자체는 현재도 정상작동하고 있다”며 “강풍에 은박지 등 이물질이 날라다니다가 개폐기 연결선의 양측에 달라붙으면 아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초 화재가 발생한 전신주에는 연결선 부분에 검게 그을린 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초속 20~30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날아온 이물질이 전선을 건드려 불꽃이 발생했고, 불꽃이 개폐기에 옮겨붙어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 한전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소방당국이 규명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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