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 2019'에서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비탈릭 부테린(오른쪽)이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의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암호화폐의 미래를 논의하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부테린과 루비니 교수는 4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에 참석해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에서 두 사람은 암호화폐의 가치와 미래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누구나 쉽게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고 수천 개의 암호화폐가 존재하지만, 비효율적이며 물물교환과 다름이 없다”며 “1년 만에 98%의 가치를 상실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테린은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암호화폐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 가치가 떨어진 것은 주식이나 금 시장과 마찬가지로 초기 자산의 현상일 뿐 “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점차 안정화되고 거래에도 활발히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거래의 분산성과 익명성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정반대의 의견을 내세웠다. 부테린은 “미국의 경우 정부가 은행의 지불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기업 경영에 개입하기도 한다”며 “경제의 많은 부분에서 독과점 및 중앙화와 검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테린은 이어 암호화폐의 익명성을 통해 사회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정부의 압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루비니 교수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암호화폐가 범죄와 연관돼있기 때문”이라며 “온라인을 통한 막대한 자본 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가 없어, 암호화폐가 횡령·탈세·테러·인신매매에 활용되고 있다”고 받아쳤다. 루비니 교수는 이어 “익명성은 범죄자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다음 세대의 스위스은행에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현재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로 대표적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옹호자다. 비록 암호화폐 투기를 비롯해 중앙화된 거래소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와 암호화폐 시장의 정상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기”라며 암호화폐의 몰락을 예견해온 대표적 비관론자다. 루비니 또한 부테린을 비롯한 암호화폐 개발자들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는 신화일 뿐이라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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