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시민생활체육관 앞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자유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김태호(왼쪽부터)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강기윤 후보, 윤영석 의원.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선거운동이 연이은 비판에 직면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경남FC 경기에서 선거운동을 펼쳐 물의를 빚은데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유세 중 고 노회찬 의원을 비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일 창원에서 강기윤 한국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오 전 시장은 “상대방 후보인 정의당 유세하는 것을 보니 노회찬 정신을 자주 얘기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자랑할 바는 못 되지 않냐”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어 “무엇 때문에 이 선거가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냐”며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정신을 이어받아서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냐”고 강조했다.

노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자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드루킹 김씨는 노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지난해 10월 “(노 전 의원에게 전달한 돈은) 정당한 강의료였다”며 “특검이 회유해 별도로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노 전 의원 측에 줬다고 허위자백을 했다”고 진술을 뒤바꿨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1월 1심에서 “객관적 여러 증거들이 상당히 확보되고 조사됐다”며 해당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 노회찬 궁지로 몬 '오세훈법'

전달된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노 전 의원과 재판부 모두 드루킹 김씨가 설립한 단체 경공모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의 발언도 이러한 사실에 기반을 둔 것. 하지만 공교롭게도 원외 활동 중이던 노 전 의원이 경공모로부터 자금을 전달받게 된 배경에는 오 전 시장이 과거 발의한 법안이 영향을 미쳤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안, 일명 '오세훈법'을 발의한 바 있다.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중앙당의 후원회를 비롯한 정당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 기부의 실명제와 정당의 회계보고 절차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해당 법안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오세훈법은 원외 활동 중인 정치인들이나 정치신인들의 자금 조달 경로를 차단하면서 오히려 자금 사정이 좋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전 의원이 사망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구당이 사무실을 가지면 그게 불법이다. 지역위원장, 지역위원회 간부 등 체계는 다 있는데 회의할 곳이 없다. 지속적으로 모이면 또 정당법 위반이다. 활동을 하려면 위원장이 다 자기 돈 써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돈 있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할 수 있다. 결국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며 오세훈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오세훈법이 오히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치적 울타리로 작용하면서 원외 정치인들을 궁지로 몰았고, 결국 노 전 의원과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는 것.

♢ 오세훈 발언에 정의당 "일베식 인신공격"

한편 노 전 의원에 대한 오 의원의 비난에 대해 정의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1일 성명을 내고 “고 노회찬 의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망언으로 일베 등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배설 수준의 인식공격과 판박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보수 표를 모으겠다며 고인에 대한 일말의 예의도 없이 명예 난도질에 혈안이 된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진보정치 1번지 창원성산의 자부심에 테러를 가한 것”이라며 “고 노회찬 의원을 향한 자유한국당의 망언이 더 이상 내뱉지 못하도록 창원 성산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확실하게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도 오 의원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고인 모독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정치를 하기 전에 사람의 도리는 알아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노 전 의원이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불편하더라도 오세훈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오 의원 발언을 두둔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