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소셜스토리
[따뜻한 이야기] 노원구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9.04.01 14:57
  • 댓글 0
노원구 1인 장애인 및 독거노인 가구에 주1회 밑반찬 지원 봉사를 하고 있는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 회원들. 조영숙 사회복지사(뒷줄 맨 오른쪽), 권건희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 대표(앞줄 맨 오른쪽) , 최옥희 노원사랑봉사회 대표(앞줄 맨 왼쪽) <사진=임해원 기자>

매주 수요일 아침 9시, 불암산 끝자락에 위치한 노원사랑봉사회(대표 최옥희) 주방에서는 활기찬 이야깃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한 색으로 앞치마를 맞춰 입고 수십 명의 독거노인 가구에 배달할 반찬을 조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들은 노원구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의 회원들이다.  

홀로 생업과 육아를 전담해온 ‘싱글맘’들이 서로를 돕기 위해 구성한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은 지난 3월 첫주부터 1인 장애인 및 독거노인 가구에 주 1회 밑반찬을 배달하는 ‘희망과 사랑의 밑반찬 사업’을 시작했다. 자활을 위해 모인 한부모 가정의 ‘엄마’들이 또다른 소외계층을 위해 희망의 에너지를 전달하겠다는 것. 

이날의 메뉴인 제육볶음과 오이소박이, 어묵조림을 한가득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조영숙 사회복지사와 권건희 자조모임 대표가 잠시 짬을 내 <이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Q. 언제부터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을 만들게 되셨나요?

조: 예전부터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소외계층 아이들을 모아 함께 여러 가지 문화활동에 참여하는 모임을 가져왔다. 그 모임에 함께 했던 아이들 중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많았는데, 지금 자조모임에 계신 분들이 대부분 그 아이들의 어머님들이다. 

당시 모임에서 시낭송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막상 직접 여러 사람 앞에서 시 낭송을 하라고 하니 다들 주저하고 나서지 않았는데, 여기 계신 권 대표님의 따님이 가장 먼서 손을 들고 나오셔서 시 낭송을 하게 됐다. 당시 따님이 청각장애가 있으셔서 말투가 조금 익숙하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참여했던 분들이 조금 이상하게 쳐다보셨다. 그러자 권 대표님이 “우리 딸은 청각장애가 있지만 먼저 나와서 시 낭송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아무런 장애도 없는데 왜 용기를 내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더라. 그 모습이 시낭송회에 참여했던 어머님들의 마음을 울린 것 같다. 그 이후로 모임에 함께 했던 다른 어머님들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의 모임도 필요하다고 요청하셔서 2012년부터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을 꾸리게 됐다.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이 조리한 밑반찬 구성. 매주 세 종류의 밑반찬을 넉넉히 준비해 독거노인에게 직접 전달하고, 말벗도 해드리고 있다. <사진=한부모 희망 자조모임 제공>

Q. 한부모 모임에서 밑반찬 지원 봉사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권: 원래 우리 모임에서 소소하게 봉사를 계속 해왔다. 예전에는 회원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서 월계동 이웃들에게 나눠드리는 활동도 해봤다. 2012년에는 월계2동 주민센터와 협력해서 직접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 분들에게 가져다 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봉사활동을 해봤는데 회원들끼리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

조: 그러던 차에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 공모를 보고 제가 먼저 어머님들에게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고 말씀을 드렸다. 좋은 뜻이라도 어머님들의 의사가 전적으로 중요하다. 다행히 어머님들이 서로 끈끈하게 잘 뭉치기도 하시고, 제 제안도 흔쾌하게 잘 따라주셨다. 

권: 나는 다들 안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 다들 함께 해보자고 하더라. 사실 처음 자조모임을 만들 때는 자녀들이 어렸으니 다들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다 자라 사회인이 되고, 우리 딸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다보니 모임에 대한 열정도 줄어들고 점차 수다 위주의 모임이 되더라. 엄마들끼리 모여 함께 밑반찬 지원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열정도 되살아나고 모임도 더욱 활성화되는 것 같다. 마음맞는 엄마들끼리 소통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니 매주 수요일마다 즐겁다.

Q. 밑반찬 지원 사업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 회원들이 모두 주체적으로 재료 구입과 메뉴 구성에 참여하고 있다. 주 1회 고등어구이나 제육볶음같은 밑반찬 메뉴 세 가지를 구성한 다음, 양도 넉넉하게 담아서 동주민센터에서 추천해준 지원대상가구에 직접 배달한다. 

반찬만 가져다드리는 것은 아니고 직접 가정을 방문해 말벗도 해드리고 있다. 특히 장애가 있어 외출이 어려운 분들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시기 때문에 반찬을 배달하면서 안부도 묻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정서적 교류를 하고 있다. 다만 모든 가구에 말벗을 해드리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저희가 현재 57가구에 밑반찬을 지원하고 있는데, 보통 한 어머님이 4가구에 배달을 가신다. 직접 무거운 반찬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4가구를 방문하는데 모든 가구에서 말벗을 해드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선은 4가구 중 가장 필요한 한 곳을 선택해 말벗을 해드리고 있다. 

Q. 밑반찬을 전달받으신 어르신들의 반응은?

조: 어르신들의 반응은 너무 좋다. 밑반찬도 맛나게 드시지만, 무엇보다 직접 방문해준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시더라.

조영숙 사회복지사는 인터뷰 중 잠시 휴대폰을 꺼내 지난주 방문에서 만난 한 어르신과 촬영한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조 사회복지사가 밑반찬은 입맛에 맞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묻자, 이 어르신은 “나는 뭐든지 다 잘먹어”라며 “다른 데서는 직접 가지고 오는 데가 없었어. 이렇게 (밑반찬을) 가져다줘서 먹으니 너무 맛있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 회원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임해원 기자>

Q. 봉사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권: 사실 힘든 일이다. 오전 9시 30분에 와서 오후 1시 전까지 밑반찬을 만들고, 직접 배달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하지만 보람이 있는 일이고, 엄마들도 너무 좋아한다. 수요일마다 출근하는 모습도 다들 행복해보인다. 꼭 직장인들처럼 시간 맞춰 오지 않더라도 사정에 따라 시간 되는대로 참여하고 있다. 다같이 함께 하는 일이니 서로 포용이 된다.

조: 어머님들이 여기 나오지 않는 대신 나가서 일하고 돈을 벌 수도 있지 않나. 그러지 않고 수요일 하루는 밑반찬 지원사업에 온전히 바치고 계시니 저는 미안한 마음도 크다. 

하지만 이 모임으로 얻는 것도 크다. 한부모가정 어머님들의 경우 우울증을 겪는 분도 많고 외부에 나오지 않고 생활하시는 분도 많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제가 아무리 “용기내! 희망을 가져!” 이런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어머님들이 모여서 강좌도 듣고 활동도 하다 보니 서로 지지와 위로가 된다. 

Q. 앞으로 계획은?

조: 한부모가정 어머님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 자원봉사자도 좀 더 참여시키고 싶다. 기초생활수급가구든 한부모가구든 움츠러들지 않고 세상에 나와서 함께 소통하는 삶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차량봉사통해 밑반찬 배달을 도와주시는 일반인(나연주) 한 분이 함께 참여하고 계신다. 참여범위를 확대해가면서 한부모가정 어머님들에게 사회적으로 더 넓게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싶다.

다른 하나는 이번 사업이 올해 12월로 종료되는데, 그 이후에 어머님들끼리 모여 사회적 기업같은 형식으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 밑반찬 지원사업을 하면서 어머님들에게 자신감도 생기고 노하우도 쌓이다 보면 이번 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해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