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수 정준영씨가 불법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지인들과 공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불법 음란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논의됐다. 이 개정안은 범죄수익 몰수 대상이 되는 중대범죄에 승부조작 등을 통한 불법스포츠도박, 유해화학물질 관리 위반을 비롯해 ‘몰카’ 촬영 및 유통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법사위에서 해당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이 이의를 제기하며 의결되지 못했다.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아니라 ‘북한 이탈주민 지원금 편취행위’ 였다. 개정안에는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지원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는 경우를 중대범죄에 포함해 수익을 몰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한국당이 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 한국당은 해당 내용이 정부안에 포함된 사실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경위 보고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북한 이탈주민 편취행위를 중대범죄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정부안이 박근혜 전 정부 시절 발의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9월 2일 인신매매, 지적장애인에 대한 준사기,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개인정보 유출 등과 함께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지원금 편취행위를 중대범죄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발의했다.

박근혜 정부가 직접 발의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때문에 법사위에서 여야간 책임공방이 벌어졌고, 그 덕에 웹하드 카르텔 및 음란물 사이트 등의 불법음란물 유통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도 가보지 못하게 된 셈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북한 이탈주민 관련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중대범죄 범위에서 빼고 법안을 통과시켜도 된다고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경위 보고가 먼저라고 반박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내달 4일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논의가 미뤄지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몰카’ 범죄는 2012년 2400여 건에서 2017년 6500여건으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을 노린 웹하드와 음란사이트 등으로 ‘몰카’ 영상이 유통될 경우 피해 범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다. 이같은 범죄를 수익 몰수 대상인 중대범죄로 포함시키는 것은 만연한 ‘몰카’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다음 법사위 회의에서 여야가 지엽적인 문제를 제쳐 두고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 목소리를 합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