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사진=뉴시스>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오너리스크에 시달려왔던 한진그룹 계열사들에게 조 회장의 연임 실패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가 동의해야 하지만, 2.5%p가 모자라 조 회장은 대한항공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실패를 증권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총이 진행 중이던 이날 오전 9시 경 대한항공 주가는 3만2150원까지 떨어졌으나, 오전 10시경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약 5.4% 오른 3만3900원까지 치솟았다. 대한항공 주식은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전일 대비 2.47% 오른 3만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도 마찬가지다. 주총 당시 2만5300원까지 떨어졌던 한진칼 주가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 소식이 알려지자 2만7900원으로 무려 10% 이상 급상승했다. 한진칼 주가는 이후 소폭 하락하며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전일 대비 0.39% 상승한 2만5700원을 유지 중이다.

27일 대한항공 주식 선차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부결 소식이 알려진 오전 10시경 주가가 급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네이버금융 홈페이지 갈무리>

한진그룹 및 계열사 등은 그동안 조 회장 일가의 연이은 ‘갑질’ 논란으로 심각한 오너리스크를 겪어왔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 또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도 대한항공 투자자들이 이번 주총 결과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조 회장으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번 주총 결과는 당연하다”며 “조 회장 일가가 다시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적폐중의 적폐인 조 회장이 물러나서 다행”이라며 “오늘부터 대한항공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해 다른 투자자들의 공감을 샀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한 것에 대해 정권의 개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조 회장이 잘못했더라도 결정은 주주들이 내리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행태는 국가가 주식을 매수해 인사에 개입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투자자는 해당 주장에 대해 “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너리스크가 사라지자 주가가 오르고 있지 않나”라고 반박하며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지지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