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정·관·군·경 로비 사단 의혹을 받는 KT 경영고문단이 최소한의 사내 견제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는 물론 감사기구도 관련 사항을 보고받지 못했고, 따라서 일체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간 53회치 KT 이사회 의사록을 입수해 전수 조사한 결과 ‘경영고문’ 관련 사안이 논의된 흔적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입수한 의사록에는 KT 이사회가 매 회의 때 다룬 모든 안건과 논의 결과가 담겼다. KT는 매년 9~12차례 이사회를 열었는데, 여기서 회사의 주요 내규나 정관 제·개정을 의결했다. 임원 퇴직금 규정, 준법지원인 선임 및 준법통제 기준, 지배구조위원회 운영 규정 등이 이사회 안건으로 다뤄졌다. 회의 때마다 사외이사도 전원이 참석하거나 불참자는 1~2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말~2015년 초 제·개정된 것으로 보이는 「경영고문 운영지침」 관련 안건은 의사록 어디에도 없었다. 「경영고문 운영지침」은 KT가 경영고문 위촉·운영과 관련해 유일하게 제시한 내규였다.
 
KT 이사회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같은 일상 현안부터 주파수 확보 계획,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같은 주요 결정 사항까지 폭 넓게 다뤘다. 이 같은 종류의 보고·의결 안건에도 경영고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감사위원회의 이사회 정기 보고는 회계관리제도 운영 평가에 한정됐다. 특정 현안을 감사, 보고한 사례는 2018년 말 한 차례에 불과했다. 전원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는 회계·업무를 감사하고, 업무 보고도 요구할 수 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KT는 황 회장 취임 후 정치권 인사와 퇴직 군,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을 경영고문에 위촉하고 1인당 수천만~수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공식 업무도 없는 이들에게 20억원 넘는 회사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서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KT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사실은 수치로 증명된다. KT 이사회는 이 기간 동안 의결 안건 211건, 보고 안건 196건을 다뤘다. 이 중 5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 가결·접수됐다. 이견 제시는 단 한 차례 있었고, 나머지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원안 가결·접수율이 99%에 달했다.
 
앞서 이철희 의원은 KT 경영고문 명단과 운영지침, 위촉계약서를 공개했다. KT는 이들에게 막대한 회삿돈을 쓰면서도, 활동 내역은 제시하지 못했다. 회장에게는 고문 위촉·운영의 전권이 부여됐고, 고문들에게는 외부기관 인적 관리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임무가 맡겨졌다.
 
이철희 의원은 “누가 보아도 의심스러운 고문단의 존재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5년 내내 몰랐다는 것은 내부 견제 장치와 자정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것을 반증한다”라며 “주주 대표 소송,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외부의 견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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