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술에 취해 주민들을 폭행하거나 관공서 등에서 소란을 피우는 주취폭력배(주폭·酒暴)의 근절을 위해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이는 전통적·사회적으로 너그러운 '술 문화' 풍토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에 따르면 연간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주폭자에 대한 신고건수만도 지난 2010년 기준으로 35만9542건에 달한다.

또 경찰은 일선 지구대 업무의 26.6%를 이들 술 취한 사람들 뒤처리에 할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주폭자로 인해 치안복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살인 등 주요 범죄가 술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범죄발생보고서를 보면 살인사건의 37.1%가 술 취한 사람에 의해 발생했고 강간·추행사건 30.6%, 폭력사건 35.7% 등도 술이 문제였다.

특히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73.2%가 술 취한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0일 취임과 함께 '주취폭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서울시 관내 31개 경찰서에 전담팀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서울청장은 취임 뒤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로 주폭"이라며 "술 마시고 경찰관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는데 주민들이 오죽하겠냐. 피해사례를 찾아 주폭을 척결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경찰이 주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주폭 사건의 심각성도 드러나고 있다.

서울 영등포 일대에서 상습적으로 주민들을 폭행하고 행패를 부리던 강모씨(52)는 22일 술에 취해 포장마차에서 손님과 시비를 벌이다 살인을 저질러 구속됐다.

강씨는 20여년 전부터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려 인근에서 악명을 떨쳤다고 한다. 주폭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했다면 살인을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주폭자를 신고해 봤자 조사만 받고 곧바로 풀려나 다시 찾아오는 일이 다반사였던 게 사실이다. 관대한 처벌이 화를 키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경찰은 주폭자들에 대해 엄한 처벌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만 주취폭력사건 16건을 수사해 17명을 구속했다.

현재 구속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5건(5명)을 합치면 모두 22명이 구속된 셈이다. 구속률이 100%다.

31일에도 서울 구로경찰서는 술에 취해 음식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고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을 한 상습 주취자 박모씨(44)를 구속했다. 구로서에서만 지난 일주일간 5명의 주폭자가 구속됐다.

중부경찰서도 30일 술이 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노인, 여성 등 지역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욕설을 한 남모씨(57)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같은 경찰의 대응에 그동안 속병을 하던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다만 상습 주폭자들의 경우 알코올중독 등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처벌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 중부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는 1일 주취폭력과 관련해 중구 구민회관에서 '치안보고회'를 연다.

보고회에는 지역주민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박명수 중부경찰서장, 각 지구대장·파출소장, 협력단체, 유관기관 임직원 등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주폭과 전쟁'이 범죄 발생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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