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재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 (FI)들이 신창재 회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팔수 있는 권리) 행사를 위한 중재신청을 결정했다. 신 회장이 재임 이후 최대의 경영권 위기를 맞게 되면서, 차후 양 측간 협상 타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교보생명 FI컨소시엄은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신 회장에게 17일까지 지분공동매각 등 풋옵션 이행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중재신청의 이유를 설명했다.

신 회장과 FI 간의 풋옵션 적정가에 대한 의견 차이는 크다. FI는 지난해 이미 주당 40만 9000원을 제시한 반면, 신 회장 측은 20만원대 초반을 주장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 FI 들은 2017~2018년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구매가(24만5000원)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산정했지만, 신 회장 측은 최근 생보업계의 부진한 업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신 회장과 FI 간의 사이가 이처럼 악화됐던 것은 아니다. FI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줬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가 동시에 시장에 내놓은 교보생명 지분 (총34%)이 공격적인 인수자에 의해 집중 매입될 경우 신 회장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FI 컨소시엄의 매입 결정으로 신 회장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FI들은는 2015년까지 상장 불발 시 신 회장에게 해당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뒀고, 이것이 신 회장의 발목을 잡게 됐다. IFRS17 및 K-ICS 등 보험제도 급변으로 2015년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FI 들도 상황을 고려해 1년 간 유예기간을 주기로 합의했으나, 결국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는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신 회장이 IPO를 계속 미뤄온 것도 경영권 안정과 관련돼있다. 현재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지분은 약 37%. 만약 교보생명이 상장되면 주식 수가 늘어 신 회장 및 우호지분의 비중도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 지난해 9월 교보생명 이사회에서도 기업공개 여부가 논의됐지만 불발됐고, 결국 FI 들도 3년이나 상장이 미뤄지자 상장 여부와 관계 없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정하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경영권 보호를 위해 FI에게 지분을 매각하고 IPO를 미룬 조치들이 오히려 경영권 위기를 불러오게 된 셈. 신 회장은 17일 상장 지연은 자본확충이 필요한 회사 상황때문이었다며 “상황대응 부분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FI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만큼 중재신청 재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촉구했으나, 결국 중재신청을 피하지 못했다.

신 회장 측은 아직 협상 타결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중재신청을 했어도 언제든 철회 가능하다”며 “중재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별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고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마땅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FI들은 이미 신 회장이 지난 12일 제시한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지분의 제 3자 매각추진, IPO 성공 후 차익보전 등의 대안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은 상태다.  신 회장의 위기의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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