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 및 계열사들은 15일부터 주총에 돌입, 핵심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 LG, 구광모 친정체체 '강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주총에서 권영수 (주)LG 대표이사 COO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LG 유플러스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권 부회장은 ‘구광모호’의 경영전략을 총괄할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는 권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구광모호의 부선장 자리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조카인 구광모 회장의 친청체제에 힘을 실었다. 이로서 LG 전자 사내이사진은 조성진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의 3명으로 재편됐으며, 이들은 향후 구광모 친청체제의 핵심 참모로 활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국민연금 지지에 '든든'

기아자동차 또한 이날 주총을 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및 박한우 기아차 사장, 주우정 재경본부장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말 그룹총괄 부회장을 맡으며 경영을 이끌어온 정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핵심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주총 시즌을 앞두고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의 힘겨루기로 곤란을 겪었지만, 기아차 주총을 통해 기분좋은 출발을 알리게 됐다. 특히 국민연금이 이번 분쟁에서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이 정 부회장에게 상당한 도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4일 엘리엇의 배당제안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는 모두 거부하는 반면 현대차와 모비스 측 제안은 일부 안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칼, 조양호 리스크에 '불안'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행동주의 펀드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진칼은 이번 주총 시즌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2대주주(12.01%)인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주주명부 열람을 통해 조양호 회장의 차명주식 의혹을 제기하고 사내이사 연임 거부 안건을 제안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진칼은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를 KCG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로 재추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한진칼이 KCGI의 주주제안을 오는 29일 정기 주총에서 조건부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갈등에 더욱 불이 붙는 모양새다. KCGI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칼의 경영진은 2대 주주의 건전한 주주제안마저 봉쇄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CGI 의 주주제안을 거부했다가 의안상정 가처분신청 1심에서  패소한 한진칼은 2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

다만 조양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28.7%)이 KCGI(12.01%)와 국민연금(6.7%) 보유지분보다 많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오너리스크에 시달려온 한진칼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릴 경우 주총 표대결에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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