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3월 내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의 의료법 저촉 여부에 대한 해석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보험업계의 이목이 보건복지부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보험업계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각광받아온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3월 내로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

건강관리형 보험은 보험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질병 발생 및 조기사망 등의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손해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건강을 잘 관리할 경우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보험사가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행위로 간주될 경우 상품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돼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만원~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보험사가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포함되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의료행위의 법적 정의부터 모호하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의료법 12조에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 조산, 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 간략하게 설명돼있을 뿐이다.

2012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로 정의했다. 하지만 대법원 또한 “의료행위의 내용은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등에 수반하여 변경될 수 있는 것”이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생보사가 제공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는 건강관련 정보 제공이나 생활습관의 교육과 같은 간접적인 서비스부터, 건강상태 점검과 상담, 영양과 운동 관련 지도, 전문의료기관 안내와 같이 좀 더 직접적인 서비스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중 소비자 건강에 대한 판단과 개입이 이루어지는 서비스의 경우 의료행위로 간주돼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한생명이 출시한 당뇨보험상품의 경우 IT 스타트업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혈당측정기 및 혈당관리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혈당을 측정하고 자가관리하는 것을 도울 뿐 건강위험에 대한 판단이나 처방을 조언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상품은 의료법이 아닌 식약처의 건강관리용 제품(웰니스)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상품 가입자의 혈당상태를 분석해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도 어렵다. 소비자의 건강상태에 관한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 또한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

신한생명은 최근에도 업계 최초로 건강증진형 치아보험 상품을 출시했지만, 치석・치태 등 구체적인 치아 관련 질환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상품설명 문구를 곧 수정해야 했다. 자칫 해당 설명이 당국에게 의료정보 수집행위로 판단될 경우 의료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생보업계에서는 당국에서 건강관리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해석이 모호한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생보업계 요구에 따라 2017년 11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건강관리형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해석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 민관 합동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위원회를 설치하고 건강관리형 보험을 둘러싼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 또한 지난해 9월 해당 기구에 현재 시행 중인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보험업계의 목소리를 심사숙고해온 보건복지부가 오랜 논의 끝에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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