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본위원회 파행 관련,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된 기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합의안 최종 의결에 또 다시 실패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 청년유니온 김병철 위원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상임활동가 등 경사노위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을 대표하는 위원 3명은 11일 오전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3차 본위원회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결국 탄력근로제 합의안 의결 또한 무산됐다. 합의안 의결을 위해서는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모두 절반 이상의 위원이 출석해야 한다. 당초 경사노위 근로자위원은 5명으로 구상됐으나 민주노총이 불참함에 따라 현재 총 4명이다. 이중 계층별 대표 3명이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근로자위원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밖에 남지 않게 됐다.

계층별 대표 3명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첫 합의가 탄력근로제 확대라는 노동권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경사노위 합의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들은 "실업부조 도입과 고용서비스 인프라 확충을 담은 고용안전망 강화 합의문 채택, '양극화 해소와 고용 플러스 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계층별 대표 3명은 탄력근로제 합의안 내용뿐만 아니라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나지현 위원장은 “계층별 위원회에서 의제를 발굴하더라도 그 위에는 의제별 위원회와 운영위원회라는 산이 있다”며 “두 산은 계층별 대표들이 접근 불가능하고 저희게 올린 의제가 반영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남신 상임활동가 또한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해 수정 보완을 요구했지만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며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두번째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사노위가 계층별 대표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 7일 2차 본위원회 무산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사단체의 결단을 발판 삼아 큰 타협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계층별 대표 3인을 겨냥한 바 있다. 문 위원장은 또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이른바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라며 “이들이 중심이고, 청년·여성·비정규직은 중요하지만 보조 축”이라고 말해 경사노위 참여 위원간의 동등한 자격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보이콧 중인 계층별 대표 3인은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됐다거나 ‘보조축’이라는 표현은 상대를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가 대변될 것이라는 여성·청년·비정규직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문 위원장은11일  3차 본위원회 무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계층별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으며, 참석 약속도 두 번이나 파기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 위원장은 이어 “탄력근로제 합의안은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고, 오늘 의결 예정이었던 안건은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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