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신한·삼성·롯데카드의 카드수수료율 협상이 불발됨에 따라 11일부터 해당 카드로는 현대차를 구매하지 못하게 됐다. <사진=뉴시스>

현대자동차가 KB국민카드·현대카드·하나카드·NH농협카드·씨티카드 등 5개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 반면 신한카드·삼성카드·롯데카드와의 협상은 결국 불발돼, 사실상 오늘부터 3개사의 카드로는 현대자동차를 구매하지 못하게 됐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신한·삼성·롯데카드가 카드수수료율 인상 문제를 놓고 벌인 최종 협상이 불발됐다. 현대차는 이미 10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해당 카드사들과 가맹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터라, 오늘부터 3개사 카드로는 현대차를 구입하지 못하게 됐다. 반면 KB국민카드등 5개 카드사는 현대차 요구를 일부 수용해 계약 해지를 면하게 됐다. BC카드의 경우 14일까지 협상기한이 남아있는 상태다.

카드사들은 지난 1월말 현대차에 약 0.10~0.15%의 카드수수료율 인상안을 통보한 바 있다. 지난해 정부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의 영향으로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현대차는 자동차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인이 부족하다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10일을 마지노선으로 이어진 카드사와 현대차의 힘겨루기는 양측 입장차이가 커 합의점을 쉽게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는 카드사 인상안과 크게 차이나는 0.01~0.02% 의 수수료율 인상을 역제안했으나,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제안이어서 카드사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후 금융당국 등이 나서 카드사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인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자, 현대차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8일 0.04~0.05% 수준의 재조정안을 제시했다. 결국 현대차 조정안을 받아들인 KB 국민카드 등 5개 사는 계약을 유지하게 됐지만, 신한·삼성·롯데 등 3개사는 결국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들게 됐다.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카드사들 간의 입장이 갈리고 있지만 업계 1, 2위인 신한·삼성카드 등과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갈등이 봉합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이들은 현대차가 제시한 인상율이 ‘역진성’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의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은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중소형 가맹점보다 낮은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됐다. 현재 현대차의 카드수수료율은 1.8% 수준으로 현대차가 제시한 인상안을 적용해도 1.9%를 넘지 않는다. 반면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들의 평균 수수료율은 약 2.00% 안팎으로 여전히 현대차보다 높은 상태다.

게다가 카드사 입장에서 현대차와의 협상은 향후 대형맡, 통신사 등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만약 업계 1, 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마저 현대차 요구를 수용할 경우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도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차는 신한·삼성·롯데카드로 결제를 희망하는 고객에 대해 15일 이전 출고분까지 선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카드신규발급이나 결제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차량 출고일을 연기하거나 차량대금 결제일을 일정 기간 연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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