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2)씨의 재심이 열렸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6일 오후 4시 제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 1부(김재근 지원장) 심리로 김씨의 재심 첫 공판을 열었다. 김씨는 법정에 들어서며 "꼭 이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2000년 3월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경찰의 강압으로 진술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수사 과정의 부당함이 인정돼 2015년 11월 무기수로는 처음으로 재심의 길이 열렸다. 김씨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변호인을 통해 지난해 말 법원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불허됐다.
김씨는 검사의 항고와 재항고 절차가 진행되면서 3년여간 재심 재판이 지연되고 인신 구속상태가 이어졌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말 법무부 장관에게 재심 재판의 빠른 처리를 위해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대법원장에게도 재심개시 결정 후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재심개시가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형 집행 정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데는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경찰은 김씨 부친 앞으로 여러 개의 보험이 가입돼 있는데다 ,교통사고로 보이는데도 외상 흔적이 없는 점, 시신 부검 결과 수면제 성분이 발견된 점 등을 미뤄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김씨가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했다는 점을 들어 경찰은 김씨를 살해범으로 단정했다.
김씨의 주장은 다르다.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도 없을 뿐더러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받아 경찰에 그렇게 진술했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비명에 간 아버지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경찰이 문제 삼은 보험도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로 추정된 수면유도제 등 물증은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 김신혜씨 주장에 따르면, 수사 당시 경찰은 백지를 펼쳐놓고 강제로 김씨 손가락을 끌어다 지장을 찍으려 했고, 이를 거부하자 뺨을 때리는 등 공포 분위기에서 억지 진술을 강요했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뒤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거부하고 있다는 것. 김신혜는 지금도 외친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