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KB금융, 신한금융 등이 일부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데 이어, 하나금융도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8일부터 KEB하나은행 신탁부를 중심으로 전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운용 중인 수탁자산은 약 108조원. 하나금융은 수탁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운용 성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해 투자자의 수익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과도하게 낮은 배당성향 개선 및 경영진 독선 견제 등을 이유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국민연금 또한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회사에 가점을 주겠다고 밝히며 금융업계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권장하기도 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KB 금융과 신한금융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KB금융은 지난 2017년 KB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지난해 초 은행, 증권, 인베스트먼트, 생보, 손보 등 6개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신한금융 또한 지난 2017년 말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하나금융 또한 지난달 하나UBS자산운용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상황.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외에도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앞장서는 것은 수탁자산 증대를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으로 인해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의결권을 투자일임업자에게 위임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이 위탁 중인 약 60조원 규모의 주식 의결권을 투자운용사가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업 경영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가 중요 요소로 고려되는 만큼 수탁자산 증대를 위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8일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모두 87곳이며, 도입 예정인 기관투자자는 47곳이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연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서고 있어, 더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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