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함 행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3연임이 유력해보였던 차기 하나은행장 인사에 ‘금융감독원’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6일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을 만나 차기 은행장 인사 관련 법률적 리스크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현재 채용비리 문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함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은행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은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비율을 4대1로 사전 설정하고 불합격자를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지난해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 6월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현재 행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함 행장의 3연임이 결정된 후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다면, 은행 경영에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노조 또한 함 행장 연임에 따르는 법률적 리스크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함 행장은 재판결과에 따라 행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며 “함 행장의 연임은 하나은행의 미래에 적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업계에서는 함 행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함 행장이 조직통합을 잘 이끌어온데다, 경영실적 또한 개선되고 있기 때문. 함 행장 취임 첫해인 2015년 하나은행 순이익은 약 1조원 수준이었지만, 2017~2018년 연이어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일제히 호전됐다며 경영실적 개선이 함 행장 개인 능력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한 조직통합과 관련해서도 함 행장이 노사간 갈등을 유발하는 바람에 오히려 늦춰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과 채용비리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이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를 내세워 연임 명분을 강화했던 함 행장에게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우려 제기는 향후 연임가능성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민간 은행 임원 선발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5년 이후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 등과 관련하여 사외이사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며 “지배구조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 문제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고 해명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또한 27일 “법원에서 진행되는 법률리스크를 잘 체크해달라 전달한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은행 임추위는 오는 28일 차기 행장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해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임추위가 채용비리 리스크와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함 행장의 3연임을 추진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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