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1호 열차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로 향하는 교통수단으로 전용기인 ‘참매 1호’가 아닌 전용 1호 열차 ‘태양호’를 선택했다.

태양호는 북한 최고위층의 전용 열차로 김일성, 김정은 등 전 최고통치자 등 소위 ‘백두혈통’만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녹색 차체에 노란색 선이 그려진 다소 소박한 외관이지만 최고통치자를 위한 전용 열차인 만큼 보안성은 크게 강화됐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 열차인 ‘경복호’와 마찬가지로 차량 하부에 방탄판이 설치돼있으며, 객실 창문을 비롯해 객실 전체가 방탄 처리돼 외부 공격에 견디게 만들어졌다. 또한 차량 외부에 적외선 흡수코팅이 돼있어 인공위성의 감시 또한 피할 수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응급의료시설을 갖춘 객차를 연결해두고 있으며, 고위 인사가 머무는 객실은 별도의 공기공급장치가 설치돼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보안성뿐만 아니라 편의성도 남다르다.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공개된 태양호 내관은 다소 투박한 외관과 달리 흰색 벽면에 대리석, 또는 유사한 재질로 바닥을 처리해 깔끔하게 구성됐다. 또한 가죽시트로 된 의자와 벽걸이 TV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회의실과 응접실, 고위층 및 수행원들을 위한 침실 등 다양한 용도의 객차가 연결돼있다. 인공위성 전화 및 인터넷 등도 연결돼있어 긴급한 지시 또한 가능하다.

태양호는 김일성 전 주석 재임 시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선물받은 열차로, 뒤를 이은 김정일 전 위원장이 해외 방문 시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 전 위원장은 1965년 인도네시아 방문 시를 제외하면 대체로 태양호를 사용해 외국을 방문했다. 특히 2001년 러시아 방문 시에는 모스크바까지 무려 2만 km가 넘는 거리를 약 24일 동안 태양호로 왕복하기도 했다.

김정은 현 위원장이 취임한 뒤에는 태양호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 아버지와 달리 비행기를 통한 외국 방문에 거리낌이 없었던 김 위원장은 장거리 이동 시 주로 전용기 '참매 1호'를 사용해왔다. 태양호는 최고속도가 일반 열차에 비해 높지 않은데다, 안전 상의 이유로 최고속도보다 느리게 운행해 장거리 이동에는 불편이 따르기 때문. 이번 북미회담 장소인 하노이까지 이동하는데도 2박3일이 꼬박 걸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굳이 태양호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차 북미회담을 석 달 앞둔 지난해 3월 28일 중국을 방문할 때도 전용기가 아닌 태양호를 이용했다. 중요한 국제적 이벤트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태양호를 이용하는 것은 일종의 상징적인 메시지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대 통치자들이 국제 회담 시 애용했던 태양호를 사용함으로서 정통성과 역사성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철도를 통해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이동함으로서 북한이 더이상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있지 않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용기에 비해 전용 열차가 안전하다는 점도 태양호를 선택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의 운항거리는 약 2760km. 비행거리 1만km의 참매 1호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다. 하지만 기체가 많이 노후화된데다 경험많은 조종사들도 부족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국 전용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자칫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

반면 태양호의 경우 철로 통제 등 중국과 베트남의 경호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다 차량 자체의 보안성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참매 1호에 비해 안정적이다. 오랜 이동시간만 감수한다면 전용기보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

한편 지난 23일 오후 김 위원장 등을 태우고 평양을 출발한 태양호는 25일 오전 7시 경(현지시간) 중국 중부 우한(武漢)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호는 오는 26일 오전 북미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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