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노동가동연한 상향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사회 각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가동연한은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규정해놓은 법률용어로, 직업별로 서로 다른 가동연한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변호사나 의사처럼 체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전문직의 경우 각각 70세, 65세의 가동연한이 적용되지만, 택시운전이나 건설 등 육체노동의 경우 60세가 상한선이다. 프로야구선수의 경우 1991년 대법원 판례에서 가동연한이 40세까지 인정됐다.

문제는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내 실정 상 현행 육체노동 가동연한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 실제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노동가동연한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개인의 의료기록과 직종, 고용상황 등을 고려해 최고 72세까지 가동연한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지난 2006년부터 65세까지 고용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가동연한 또한 67세로 정해져 있다. 미국은 영국, 일본보다 낮지만 65세를 가동연한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내 노동가동연한은 5년~12년까지 해외 기준과 차이가 나고 있던 셈이다.

노동가동연한이 5년 상향됐지만, 그에 따라 관련 규정들이 자동적으로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보험, 정년, 연금 등 관련 규정들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향후 관련 분야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노동가동연한은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보험업계가 이번 대법원 판례의 영향을 가장 크게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들은 농어업 종사자를 제외한 가입자에게 1989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60세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 또한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할 시 자동차보험 연간 지급액이 1250억원 증가하며, 이는 약 1.2%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또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의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은 1960년생 62세인 반면 1969년생 이후는 65세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점이 점차 빨라지고 있어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 실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2048년까지 수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68세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르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게 되어있으나, 대법원 판례가 바뀜에 따라 해당 조항 또한 수정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경우 청년실업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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