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준 동화약품 회장<동화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좋은 약이 아니면 만들지 마라. 동화는 동화 식구 전체의 것이니 온 식구가 정성을 다해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기업으로 이끌어라"

동화약품 5대 사장을 지낸 보당 윤창식의 말이다. 과거에는 이 말이 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화 경영을 맡은 전문경영인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이 말의 의미가 퇴색됐다. 동화약품은 전문경영인의 무덤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대표이사로 선임된지 한달만에 그만둔 이설 사장이다. 그전 전문경영인은 유광열 대표로 그 역시 10개월만에 자리를 떠났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12월 윤도준 회장과 유광열 대표의 공동대표체제에서 윤 회장과 이설 상무의 각자대표체제로 변경됐다. 임기가 2021년 3월까지였던 유 대표는 지난해 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1년 도 안 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이설 대표이사가 선임됐지만 이 대표마저 지난 1월말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3월 주주총회까지 임시 대표로 선임됐지만 사임을 표하게 돼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업계의 말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이설 대표는 유광열 대표가 떠난 후 임시로 대표직을 수행한 것이다”며 “지금 대표이사를 선임 작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2008년 윤도준·윤길준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2012년 사원 출신 조창수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오너-전문경영인 각자 체제로 전환했다. 2012년 박제화 대표, 2013년 이승래 대표, 2015년 오희수 대표, 2016년 손지훈 대표, 2018년 유광열 대표 등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조창수 전 대표는 43년 동안 동화약품에서 근무한 ‘동화 맨’이었다. 지난 10년간 6명의 전문경영인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유광열 대표는 재임 중 동화약품 매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해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동화약품 매출은 3066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2%, 2.2% 늘었다. 매출 증가율은 16%로 2017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직을 중도에 물러난 것을 두고 회사 안팎에서 뒷말이 많다.

업계에선 보수적인 국내 제약사에서 여러 전문 경영인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신약개발 등 장기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업종 특성상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들이 자주 퇴사하면서 동화약품 주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들의 걱정은 주식 전문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쉽게 확인된다.

한 주주는 “금수저 세습경영이 안좋은 대표적 예 동화약품, 주가는 만년저평가소리. 저평가가 절대 좋은 게 아님. 기투나 외인의 관심이 없기 때문. 그 이유는 오너 윤도준씨 경영을 보면 알게된다”며 “전문경영인이 의견을 내도 묵살되었거나 바지사장 역할만 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전문경영인의 무덤 소리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주는 “2000년대초 라이벌 제약사 한미나 동국은 이미 퀀텀점프를 했다. 윤도준씨가 물려 받은 뒤 과연 동화약품이 무슨 성과를 냈는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주는 “동화는 진짜 전문경영인 사장들 무덤이네. 대체 임기를 다 채우는 경우가 없는 듯. 현 대표(유 전 대표)도 나름 회사를 안정화시켰다고 호평 받았는데”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외 다른 주주도 “윤현경, 윤인호 4세 세습에만 관심”이라는 글과 함께 “활명수 하나로 버티는 회사”라며 비판했다. 한 주주는 “어린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꼼수 좀 그만부려라. 기법으로 주가를 묶어두고 대표들을 바지사장으로 만드니 기업이 신뢰가 없지. 다른 회사처럼 소각을 하던지 배당도 쥐꼬리이면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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