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빈이 파산을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빈이 파산을 선언했다. 대형 해킹사고로 이미 두 번이나 간판을 바꾼 코인빈의 파산에 회원들의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박찬규 코인빈 대표는 서울 강서구 코인빈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산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고위 임원의 횡령 및 배임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 박 대표가 지목한 대상은 코인빈 전신인 유빗의 창업자이자 코인빈에서 본부장으로 일해온 이모씨다.

박 대표 설명에 따르면 이모씨는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600개가 보관된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80개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새로 생성된 프라이빗키를 별도 보관하지 않고 삭제했다. 이 때문에 520개의 비트코인이 보관된 기존 지갑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진 것. 여기에 이더리움 약100여개에 대한 프라이빗키도 분실돼 총 피해액은 23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코인빈은 이씨가 의도적으로 이번 사태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이씨가 비트코인 지갑관리 방법을 모른 채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반면 이씨는 경위서를 통해 지갑데이터 파일의 백업 및 관리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어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빈의 이번 사고는 전신인 유빗과 야피존을 포함해 총 세번째다. 야피존은 지난 2017년 해킹으로 약 55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이후 유빗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같은해 12월 또다시 해킹을 당하며 약 170억원의 피해를 당했다. 이후 유빗은 코인빈에 인수됐고, 야피존과 유빗 대표였던 이씨는 고용승계 계약에 따라 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코인빈은 유빗을 인수하며 회원과 함께 피해액도 고스란히 떠안았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빗 해킹사고의 피해액이 당초 알려진 170억원이 아닌 약 27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와 기존 피해액을 합치면 이미 3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게다가 코인빈이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코인빈도 파산과 함께 무용지물이 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인빈과 이씨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동안 피해자 구제책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인빈이 파산절차에 돌입할 경우 법인 자산에서 임금 등을 변제한 뒤 남은 금액이 채권자들에게 분배된다. 현재 코인빈에 남아있는 자산은 자체 보유한 약 5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와 전신인 유빗이 보험사와의 소송에서 승소 시 받게 될 손해배상금 20억원 정도다. 피해규모가 300억원을 넘어가는 것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금액. 게다가 보험사가 승소할 경우 보상액도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은행 등이 파산하는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 배상이 보장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예금자보호법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 최소한의 배상조차 보장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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