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수수료 개편에 따라 예상되는 수익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지난해 11월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카드사들이 백화점, 마트 등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면서 가맹점들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등 주요 카드사8곳은 지난달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율을 약 0.2~0.3%p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평균 1.94% 수준인 대형 가맹점 수수료가 2.1~2.3%까지 오르게 되는 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은 약 2만3000여 곳으로 이번 수수료 인상 여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쟁 과열과 오픈마켓의 성장으로 지난해 실적이 감소한 대형마트의 경우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의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른 예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가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 게다가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도 0.2~0.3%p 가량 하향 조정됐다.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올해 카드사 순이익이 7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반면 카드사가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보다는 수수료 인상이라는 손쉬운 해법을 선택하면서 가맹점에 수수료 개편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들은 수수료 개편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이용액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순이익이 증가했다. 금융당국 또한 여신금융협회와 달리 올해 카드사 순익 감소 규모를 약 170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물론 올해부터 수수료 개편 영향이 본격화됨에 따라 카드사들도 손실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는 대형 가맹점의 경영 악화뿐만 아니라 유통비용 증가로 인한 물가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세종대학교 경영대학 김대종 교수는 지난해 한국유통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는 물가안정과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며 신용카드 수수료를 1% 초반까지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대형가맹점들은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대해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수수료율이 없어 개별 협상을 통해 인상폭이 결정된다. 이미 롯데마트, 이마트 등 주요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와 개별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수료 협상의 결과는 다음달 중에야 윤곽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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