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삼성카드가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늘리기로 결정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삼성카드가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8년 잠정 순이익은 3453억원으로 2017년(3867억원)에 비해 약 10.7% 가량 감소했다. 4분기 순이익만 놓고 보면 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했다. 시장점유율 또한 지난해 2분기 18.1%에서 4분기 17.4%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동종업계 경쟁사들은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대비 약 25% 증가한 1265억원, KB국민카드는 10.9% 증가한 329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43.2%나 순이익이 감소한 신한카드의 경우도 있지만, 2017년 일회성 요인으로 약 9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데 따른 것이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여타 카드사들이 순항을 계속하는 동안 삼성카드는 오히려 실적부진의 늪에 빠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성향을 올리겠다고 결정한 것은 자칫 실적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카드는 최근 3년간 주당 1500원을 배당해왔으나, 지난해 실적분에 대해서는 주당 1600원씩 총 1708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배당성향은 49.5%로 전년(42.5%) 대비 약 7%p 가량 증가했다. 지난 2010년 이후 이번 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던 적은 2015년(51.9%) 뿐이다.

실적 악화에도 배당금을 늘린다는 삼성카드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바닥 수준이고 배당수익률이 높지만 같은 업종의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라며 “삼성카드만의 차별화된 투자포인트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준다는 명분도 설득력이 약하다. 삼성카드가 배당성향을 높일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약 72%의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삼성생명이기 때문. 대부분의 배당금을 계열사에게 보내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사진=뉴시스>

결국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살리려면 근본적인 실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카드가 판매관리비를 줄여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나, 오랫동안 유지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 또한 “조달코스트 하락 요인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영업수익 감소폭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해 수익성 회복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예견했다.

게다가 오는 5월 코스트코 코리아와의 독점계약이 종료되면서 현대카드에 넘어간다는 점도 뼈아프다. 코스트코의 취급고는 연간 3조원 수준으로 삼성카드 개인신용 판매 취급고의 4% 가량을 차지한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높이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입지도 축소됐다. 다. 원 사장은 지난 2013년 삼성카드 대표로 취임한 뒤 지속적인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등으로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원 사장의 취임 첫해인 2014년 삼성카드는 6560억원의 높은 순익을 올렸지만 2015년 3337억원으로 순익이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원 사장 취임 전 3만8000원을 오가던 주가도 현재 3만3000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원 사장이 배당규모 확대는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